전 편에 이어서 다음 날 아침.
그 유명한 분황사건널목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국립경주박물관을 들렀습니다.
공중화장실을 다녀오다 무려 쌍용자동차에서 제작한 버스인 트랜스타를 보게 되었죠.
한라고속관광의 전세버스 출신으로 차량 상태가 좋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쌍용 버스가 남아있는게 얼마 없기 때문에 꽤 신기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분황사건널목을 방문했습니다.
철도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봄이나 가을에 오면 좋을 곳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일반인들에게도 사진 포인트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이미 낙엽이 전부 떨어져 전성기 만큼의 느낌이 없었기에 사뭇 아쉬웠습니다.
조금 기다리자 동대구행 무궁화호 1774열차가 잽싸게 통과했습니다.
하필이면 열차가 통과할 때 건널목 앞에 콤바인을 싣고있는 트랙터가 멈춰서
의도했던 느낌을 못 살려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리 알아둔 다음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추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논 앞의 도로에 자리를 잡고 아침 풍경을 감상했는데,
날씨가 날씨라서 좌우에선 하얀 입김이 뭉개뭉개 피어올랐습니다.
잠시 뒤, 매우 느린 속도로 온산행 6510열차가 지나갔습니다.
황산을 운반하는 황산조차와 3량의 유개화차, 차장차(격리차)로 조성된 화물열차로
전기기관차(8000호대) 견인으로 많이 봐왔지, 디젤기관차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느릿느릿 지나갔기에 노란 양탄자 위로 지나가는 디젤기관차와 황산조차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배반2건널목으로 이동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하기 무섭게 바로 차단기가 내려갔습니다.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부전행 무궁화호 1773열차가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RDC는 4량 편성으로 많이 보고 타와서 이 쪽이 익숙한데,
전철화 이후에는 대부분 3량 편성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 동력차 1량의 색깔만이 달랐습니다.
영덕군에서 동해선 포항~영덕 간 운행하는 RDC 디젤동차에 부착한 홍보 랩핑인데
여느 디젤동차가 그렇듯 중정비를 한 번 다녀온 뒤 다른 편성들과 뒤섞여 버렸습니다.
과거 CDC 디젤동차 역시 여러가지 버전의 도색들이 있었는데,
재편성(조성)을 거친 열차는 여러가지 도색이 뒤섞여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의선에서 그러한 조합을 본 기억이 있고 말이죠…
거기서 조금 더 이동해 청량리행 무궁화호 1602열차를 담았습니다.
아침의 은은한 풍경과 추수가 끝난 논밭,
그리고 왠지 모르게 서있는 자동차 보행기를 함께 렌즈에 세겼죠.
이 때까지만 해도 중앙선 무궁화호(부전-청량리/동해)의 1호차에는
과거 무궁화호 특실로 운영되던 두 종류의 객차가 일반실로 운영되었는데,
2023년 들어 전부 편성에서 빠지고, 상태가 좋은 일부만 태백선으로 이동했습니다.
최근 무궁화호 객차가 하나둘씩 퇴역하고 있다지만
옛 새마을호 객차가 편성에서 빠진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배반1건널목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열차의 통과시간(예상)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었음으로
건널목 앞에서 잠시 휴대폰을 보거나 차 좌석에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창공에서 항공기 소음이 들려 위를 바라보니
어디론가 이동하는 군 수송기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군에 있을 때 후급으로 군 수송기 탑승을 신청할 수도 있어 신기했지만,
아쉽게도 타볼 기회가 없었네요…
잠시 후, 동대구행 1775열차가 크게 곡선을 돌며 통과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영덕군 랩핑 중 제어차 1량이 바로 여기 있었네요.
포인트 앞에 잡초가 피어 있었지만 오히려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맨 뒤에 있던 영덕군 랩핑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불과 몇 분 뒤, 동방신호장에서 1775열차를 먼저 보내느라 기다렸던
동대구행 무궁화호 1776열차가 지나갔습니다.
열차가 빠르게 지나갈 때, 건널목 앞에 차량 몇 대가 이른 여정을 떠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건널목에서 주로 타종음(또는 벨)과 차단기에 집중하지만,
연선에 붙은 위험이나 철길건널목 표지 역시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특히 위험 표지의 글씨체가 바로 앞 도로에서 본 것과는 달라
오래된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었죠.
동방신호장에 가기 전, 먼저 그 앞에 있는 동방건널목으로 향했습니다.
망원렌즈로 보면 구내가 훤히 보일 정도로 근접해 있죠.
신호장이기에 오랜 기간 여객영업을 하지 않아 구내는 고요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잠시 뒤, 남도해양관광열차(S-Train) 전용기인 7477호가 견인하는
동해행 무궁화호 1682열차가 통과했습니다.
대피할 열차가 없기 때문에 한 가운데로 난 선로를 따라 빠르게 지나갔죠.
보통 1682열차는 객차 4량에 발전차 1량을 연결해 오지만,
이 날은 최후부에 해태중공업 제작 특실(해태특실)이 1량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동해역으로 회송할 목적으로 연결한 객차인데,
사실 여객열차에 승객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목적의 객차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무궁화호 최후부에 병원객차를 연결하는 경우도 있었죠.
(병원객차는 2023년 6월 28일 부로 폐지되었다)
1682열차를 보낸 뒤 동방신호장(역)을 방문했습니다.
1918년, 경동선 개업과 함께 탄생한 동방역은 1977년에 신호장으로 격하되었습니다.
이후 수요 감소의 여파로 여객과 화물취급이 모두 중지되어 신호장으로만 기능했었죠.
1980년대에 여객취급이 중지되었기 때문에 당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Dongbang이 아닌 Tongbang이라던가, 역명판 양식도 그 때 당시의 것이죠.
다만, 그 앞 도로는 어둡고 나무와 잡초가 많아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동방신호장은 2021년 동해선 이설 이후 폐역되어 100년이 넘은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동방역을 둘러본 뒤, 차를 타고 신무왕릉건널목으로 이동했습니다.
건널목 명칭이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바로 인근에 신무왕릉이 있기에 거기서 이름을 따온 것 같습니다.
멀리서 디젤엔진의 우렁찬 소리가 울리고,
부전행 무궁화호 1777열차가 신무왕릉건널목을 통과했습니다.
S-Train의 전용기는 7476호와 7477호였는데, 그 2량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본업인 S-Train을 견인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요...
바로 건너편으로 건너가, 동방신호장(역)에서 온 무궁화호 1778열차를 담았습니다.
에초에 신무왕릉건널목이 동방신호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여유가 별로 없었지만,
이제 보니 차라리 1777열차를 찍었던 건너편이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1778열차가 지나간 후, 다음 열차인 1762열차가 올 때까지 여유가 조금 있어
전국에 몇 없다는 원방신호기를 보기 위하여 인근 도로로 이동했습니다.
지금(2023년)이야 중대재해처벌법 대비와 철도안전을 위하여
전국의 각 철도 연선에 울타리가 확충 설치되고 있긴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안전펜스 몇 개가 끝이거나 아예 없는 곳도 흔했습니다.
※ 원방신호기 관련 글 : [철도신호] 옛 동해선 동방~불국사 구간의 원방신호기 (2021년)
원방신호기를 보며 철도신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즈음,
동방신호장을 통과한 온산행 3471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보통 단선구간에서 신호기는 반대방향으로 열차가 오면 “정지”신호를 현시하지만,
이 신호기는 원방신호기이기 때문에 기본원칙(정위)인 “주의”신호가 현시되어 있습니다.
※ 현시(顯示) : 무언가를 나타내 보임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기관차와 주의신호는 여러모로 묘한 느낌을 주죠.
3471열차는 흙먼지를 강렬하게 날리며 태화강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3471열차가 통과한 지 몇 분 뒤,
동방신호장(역) 장내신호기에 “진행”신호가 현시되자
이에 맞추어 원방신호기 역시 “진행”신호를 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열차가 올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서둘러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동대구행 무궁화호 1762열차가 지나갔습니다.
일반적인 신호기라면 열차가 통과했을 때 “정지”신호를 낼 터이지만
원방신호기는 장내신호기에 종속되어 있으니, 열차가 지나가도 여전히 “진행”신호입니다.
이후 1762열차가 동방신호장(역) 장내신호기를 통과하자
장내신호기는 “정지”를 현시하고 원방신호기 역시 이에 맞추어 “주의”신호를 현시했습니다.
이러한 원방신호기의 작동 과정은 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신기하고 철도신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때였지만
아쉽게도 카메라 설정을 AF(Auto Focus, 자동 초점)로 냅두어
바로 앞 잡초에 초점이 바뀌어 버리는 사고가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부터 고정한 삼각대로 영상을 찍을 때에는 MF(Manual Focus, 수동초점)로 설정하겠다며 다짐하면서, 불국사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폐지 당시까지 103년의 역사를 간직한 불국사역은 다음 글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용자료]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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