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동방역을 출발해 인근에 위치한 과선교 위로 이동했습니다.
논에서는 한창 수확이 진행 중이라 노란 벼들이 이리저리 누워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죠.
이윽고 부전행 무궁화호 1601열차가 통과했습니다.
청량리부터 부전까지,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을 모두 종주하는 열차로 옛 1621열차를 계승한 열차입니다.
(개편 전 1601열차는 안동행으로, 출발시각만 지금과 같았다)
선로 좌우로 펼쳐진 노란 양탄자와 빨간 무궁화호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풍경이었습니다.
하루만 늦게 왔어도 노란 논밭을 못 찍거나 많이 아쉬울 뻔했네요.
이후 불국사역을 향해 떠났습니다.
불국사역으로 가기에 앞서, 구정건널목을 경유했습니다.
건널목 표지에는 동해남부선 불국사역~동방역 구간으로 나와있지만, 사실상 불국사역 구내에 가까웠습니다.
불국사역에서 도보로 오기에 충분한 거리라, 폐선을 즈음해 많은 철도 동호인들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건널목에서 바라본 동방역 방향 본선과 불국사역 구내입니다.
본선에서 분기※된 부본선이 건널목을 지나가기에 건널목의 레일은 복선(2개 선로)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구내 방면을 바라보면 승강장과 고객대기실, 출발신호기까지 한눈에 보이는 구조였죠.
(분기 : 나뉘어서 갈라짐, 선로전환기를 '분기기'라고 부르기도 함)
3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무궁화호 1779열차가 불국사역으로 들어왔습니다.
분기기를 타고 옆 선로로 넘어간 뒤라 열차 속도는 비교적 느렸습니다.
그래서 무궁화호를 여러 구도로 찍어볼 수 있었죠.
불국사역에 정차한 1779열차는 약 1분간 정차한 후 떠나갔습니다.
승강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선 구간이 없어져 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미래에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차와 사람이 완전히 떠난 불국사역 구내는 적막함이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잠시 그 풍경을 보고, 불국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옛 동해남부선 불국사역은 1918년 11월 1일, 조선중앙철도주식회사(朝鮮中央鉄道株式会社)의 역으로 개업했습니다. 개통 당시에는 임시 철도인 경편철도(軽便鉄道)로서 협궤였으나, 조선철도(경동선)와 조선총독부 철도국을 거쳐 동해중부선(표준궤) 상 역이 되었습니다.
(1920년대, 조선총독부 철도국은 『조선철도 12년 계획』을 수립하고 여러 사철(경편철도)을 매수하였다)
광복 이후 동해남부선으로 편입되었고, 2015년에 무배치간이역에서 보통역으로 승격되었습니다. 그러다 2021년 12월 28일, 동해남부선 태화강~포항 간 선로가 이설되며 폐역 되었습니다.
현재 역사(驛舍)는 조선총독부 철도국 시기인 1936년에 완공된 것으로, 다행히 2013년에 등록문화재가 되었기 때문에 보존이 결정되었습니다.
기와를 쌓은 지붕 밑에는 푸른색 역명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건 철도청(1990년대 말) 시기의 역명판으로, 공사화 이후 코레일 마크만 덧붙여 사용하다가 푸른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변경되었습니다.
대합실 출입문 앞쪽에는 회색 배흘림기둥을 세운 지붕이 있습니다. 여러 간이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지만, 모두 목재로 되어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배흘림기둥 양식을 사용한 목재건물 중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유리문에는 문양을 랩핑해 역사와 잘 어우러지도록 하였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무려 85년이나 된 역사(驛舍)기 때문에 철도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물론 불국사역의 역사(歷史)는 이보다 오래된 103년이나 되었죠.
그 밑에는 코레일 대구경북본부 소속 자산이라는 표지가 붙어있었습니다.
불국사역은 목골재 소재로 건설된 역사로 곳곳에서 목재가 사용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기 건설된 다른 목골재역사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와와 한옥식 지붕 구조를 사용하여 마치 불국사를 의식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여느 간이역들이 그렇듯 화장실은 별도의 부속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역사 건물과 거의 같은 느낌의 디자인인 것 같네요.
역 앞 곳곳에서는 시대별로 조금씩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광장에 세워진 가로등에는 철도청 역삼각 마크(1990년대 중순~2004년)가 새겨진 관리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대합실 출입문 앞 '느린 우체통'은 2010년대 초반의 느낌이 물씬 나네요.
가로등은 몇 차례 재도장을 했는지 관리번호 모서리 부분에 갈색 페인트가 남아있었습니다.
역 안으로 잠시 들어갔습니다.
외벽과 천장은 온통 흰색에 천장은 사각형으로 파인 구조였습니다. 타는 곳 방향 출입문은 쇄정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코레일유통에서 관리하는 자동판매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불국사역의 창구는 단 하나였고, 그 옆에는 게시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합실 바닥에 놓인 목재 선반과 여러 화분들, 그리고 작은 모니터 하나가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느낌이었습니다.
그 게시판에는 2021년 8월에 개정된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있었습니다.
열차시간표는 불국사역에 생각보다 많은 열차들이 정차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앙선 계통 무궁화호는 왕복 4편이 모두 정차하고 있었죠.
한편, 타는 곳 방면 출입구 오른편에는 한국철도와 불국사역의 역사를 설명한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창 너머로 바라본 불국사역의 구내는 적막함이 감돌았습니다.
개업 때 심었다던 향나무, 열차 운행 방향을 표시하는 기둥과 위험표지, 그리고 하트가 가득한 불국사역의 역명판이 자리 잡은 채 2개월 남은 임기를 마무리 짓고 있었습니다.
승강장에서 바라본 불국사역사는 이런 느낌입니다. 영업개시 때 심었다던 향나무는 나뭇가지와 잎이 지붕을 가려벼릴 정도로 컸습니다. 폐역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을 거라, 지금은 더욱 커져있을 것 같네요.
승강장은 곳곳이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에 노란 점자블록, 녹슨 틀의 역명판과 가로등이 전부였습니다. 저 멀리 고객 대기실로 쓰인 건물도 눈에 들어오네요.
사진 속 선로전환기는 화물 취급시설로 있는 측선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화물 취급시설에는 (폐)침목이 쌓여있었기에 예전에는 화물을 취급했었지만, 취급을 중지한 후에는 시설반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붉은 단풍으로 덮인 불국사역만 더 바라본 채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인용자료]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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