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차를 타고 달려 동해남부선 죽동역에 도착했습니다.
(2021년 12월 28일부 폐지)
당시 죽동역 앞에는 동해고속도로 남경주TG(톨게이트)의 도로와 죽동건널목이 있었습니다.
다만, 구간 표기가 입실~죽동이 아닌 입실~불국사로 되어 있는 건 특이할 점이네요.
마치 죽동역이 존재하지 않는 역(폐역)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여기서 부전 발 동대구행 무궁화호 1780열차를 촬영했습니다.
지금은 전기 기관차(8200호대)와 전동차(누리로)가 다니고 있는 계통이라 그런지,
작은 간이역과 무궁화호의 조합은 언제나 봐도 정겹습니다.
열차는 건널목을 지나 뒤쪽의 곡선을 돌아 저 멀리 사라져갑니다.
이 또한 단선 비전철 철도이기에 담을 수 있었던 장면이겠지요...
죽동역은 1965년 6월 영업을 시작했지만, 주변에 역세권이라고 할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2007년 6월 1일, 다른 간이역들과 함께 여객취급이 중지되어 모든 열차가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폐지될 때까지 다시는 승객을 받지 못했지만,
단선 승강장과 지붕, 가로등과 같은 시설은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죽동역은 아담한 단선 승강장이 전부인 역이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받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승강장의 보도블록 틈 사이로 수 많은 잡초가 무성히 자라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가로등은 빛이 바랬으며 지붕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여객취급 중지 후 남아있었다던 하얀 의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철도 C.I가 적용된 죽동역의 지주식 역명판은 이미 색이 바래져있었습니다.
게다가 여객취급 중지 안내문 역시 곳곳이 찢겨 나갔네요.
2000년도에 폐지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라 영문 표기도 다릅니다.
죽동역의 철도거리표※상 영문표기는 "Jukdong"이지만, 역명판에는 "Chuktong"으로 되어 있습니다.
(폐지 직전 국토교통부 고시 철도거리표 참조)
조용히 최후를 기다리는 간이역을 뒤로하고 울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다른 건널목에서 동대구행 무궁화호 1782열차를 마주쳤습니다.
선두 차량 중 하나가 동해선 영덕군 래핑인 편성을 다시 보게 되었네요.
RDC 디젤동차와 건널목.
한쪽은 노후화로, 다른 한 쪽은 철도의 입체화-고가화로 점차 사라져가는 존재들이었습니다.
디젤동차는 지난 2023년 12월 24일※을 끝으로 그 계보가 끊겼습니다.
하지만 건널목은 입체화, 고가화가 곤란하거나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곳들이 많으니 계속 볼 수 있겠네요.
(바다열차 종운일 기준. 정기열차는 12월 18일을 끝으로 사라졌다)
건널목을 스쳐간 RDC 디젤동차는 구배를 넘어 경주를 향해 사라졌습니다.
마치 전조등을 끄고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다시 차를 타고 달려 추수 중인 논밭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곳에서 온산~수색 간을 운행하던 3472열차를 담을 수 있었죠.
종이류를 실은 유개차 10여 량을 끌고 서울로 향해 달려가던 열차였지만,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를 즈음하여 폐지되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외동신호장에서 교행해 오던 무궁화호 1783열차를 담았습니다.
근데 미니미니카페가 설치된 차량만 2량이 연결되어 있었네요...
추수가 이미 끝나 노란 볏짚만 남은 논밭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옛 로컬선들의 철교라고 하면 대부분 철제 상판을 얹은 초록색 철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제작된 철교도 여러 곳 존재했습니다.
물론 자연재해나 노후화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어 다시 지은 것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이후 입실역에 도착했습니다.
(2021년 12월 28일부 폐지)
입실역은 1921년 10월, 조선철도 경동선(협궤)의 역으로 개업한 후
총독부 철도국에 인수되어 동해남부선(표준궤)의 역이 되었습니다.
앞선 죽동역과 달리 2008년 12월에 여객취급을 중단했지만,
운전취급을 계속 맡았기에 보통역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2015년 4월 15일에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어 역사 건물이 모두 폐쇄되었습니다.
무배치간이역로 격하된 이후 역무원이 모두 철수하면서 창문과 출입구를 모두 봉해놓았습니다.
역 광장에는 아스팔트 틈새로 잡초가 자라 폐쇄된 건물의 느낌을 한껏 살리고 있었지요.
복선전철화 이후 입실역 인근의 외동신호장이 운전취급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에 옛 동해남부선 구간을 지나간 적이 있는데, 보통역 시절의 입실역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담 너머 나무들 사이로 입실역의 승강장과 열차반응표시등이 보입니다.
역 승강장은 한적하고 썰렁해서 인파마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12월 당시 입실역의 승강장(일부) 입니다.
물론 그때도 승객은 받지 않았기에 열차만 교행했었지요.
주변에는 역사(驛舍)와 마찬가지로 창문과 출입문이 봉해진 화장실 건물과 부속건물,
그리고 철제 구조물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역 앞에 있던 건물은 철도관사로 추정되는데,
출입문에 한국철도시설공단(現 국가철도공단) 소속 건물이라는 빛바랜 표지만 붙어있었습니다.
산업로를 따라 계속 달려 이번에는 모화역에 도착했습니다.
(2021년 12월 28일부 폐지)
1937년 5월에 개업한 역으로 이용객 증감에 따라 여러 차례 보통역과 무배치간이역의 지위를 오갔습니다.
그러다 2007년 6월 1일에 죽동역과 함께 여객취급이 중지되어 폐지 때까지 무배치간이역으로 남았습니다.
역 건물은 여객취급 중지 이후 민간에 임대되어 사무실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뒤편의 철도신호(통신)용 부속건물과 승강장은 폐지 직전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죠.
모화역 앞 쪽의 건널목으로 이동했습니다. 모화역 구내까지 훤히 보이는 곳이었죠.
모화역 장내신호기 너머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아파트는 "경주외동사랑으로부영2단지아파트"입니다.
부영에서 시공한 아파트 아니랄까봐 외벽에 사랑으로 로고가 선명합니다...
이윽고 무궁화호 1784열차가 알록달록한 아파트 밑으로 달려왔습니다.
모화역 구내를 그대로 통과해 분기기를 넘어왔죠.
로컬선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아름다운 S자 커브를 돌아 경주를 향해 사라져갑니다.
사실 이런 포인트는 열차가 오는 방향으로 찍어야 하지만,
하필 상행으로 오는 바람에 뒷모습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뒤가 똑같은 디젤동차라 위화감 없는 장면이 연출되어 다행이네요.
열차를 보내고 모화역 뒤쪽의 언덕으로 올라가 노을과 철도를 바라봤는데, 다음 글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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