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장대형 새마을호 객차를 무궁화호로 격하한 구 특실 객차를 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등지의 1호차에서 볼 수 있었지만
노후화로 인하여 하나 둘 사라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다시 경주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년 전 야간열차를 타고 지나간 경주역과 달리 사람들로 북적이는 경주의 중심역,
하지만 어두운 하늘과 승강장, 그리고 무궁화호 객차는 그대로였습니다.
전 편에서 보았던 황산화물열차(3966열차)는 계속 서 있었습니다.
뭔가 오래 서 있는 느낌이 들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요...
열차는 계속 동해남부선의 어둠 속을 계속 달려 각 역에 정차했습니다.
지금은 폐역된 불국사, 호계역의 승강장은 조금 그리워지네요.
그리고 덕하역에 정차했습니다.
지금 덕하역은 동해선 광역전철만 정차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무궁화호가 섰습니다.
동해선 일광~태화강 연장 직후 무궁화호가 정차하지 않게 된 역들은
복선전철 승강장 바로 앞/뒤에 목재데크로 마감한 임시승강장을 설치했었습니다.
광역전철 개통 후에는 당연히 전부 철거되었죠.
이미 복선전철 승강장이 준공을 본 남창역에도 정차했습니다.
앞서 본 목재데크 재질의 임시승강장과는 달리 콘크리트 승강장이라
무궁화호 정차는 거진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21년 12월 자 일반열차 거리운임표에서 삭제되자 지역 시민사회와 정계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철도공사가 무궁화호를 다시 세우는 것으로 번복된 역사가 있었습니다.
목적지인 좌천역에서 하차했습니다.
다음 역인 기장역은 이미 개량사업이 끝나 볼 게 없었기 때문이죠.
무궁화호 1603열차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부전을 향해 떠나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좌천역 임시승강장은 복선 노반 양쪽에 목재데크로 마감한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 밖으로 나가는 출구는 한 쪽 밖에 없죠.
광역전철 승강장 끝을 통해 좌천역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구조는 조금 뒤에 다뤄보도록 하죠.
동해선 좌천역.
1935년 개업한 동해선의 역으로 처음에는 운전취급을 위한 간이역이었습니다.
2021년 당시에는 무궁화호, 지금은 동해선 광역전철만 정차하는 역이죠.
역사는 부산 달음산과 비상하는 매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지인이라고 합니다.
2019년 여름, 철거되기 전의 구 좌천역사를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선로를 고가화 한 후라, 간이역 같은 역사에 복선 노반의 고가선로라는
아무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감탄사만 연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 과천역사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구 좌천역사는 역사(歷史)를 멈추었지만, 좌천역~월내역 간 연계수송버스는 그대로였습니다.
철도공사가 아닌 한국철도시설공단(국가철도공단)에서 위탁해 운행했던 것으로
임시승강장이 철거되고 모든 열차가 통과하던 월내역을 연결하던 역할을 했습니다.
버스는 월내역이 전철역으로 영업을 재개할 즈음에 자연스래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튼 새로이 건설된 좌천역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천장이 한 쪽으로 치우친 구조에 역무실 외벽 역시 입체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무궁화호가 운행하던 당시에는 사진(2번째)과 같이 발매창구를 운영 중이었으나
광역전철 개통 후에는 여느 역들이 그렇듯 기능을 잃어버러고 말았습니다.
광역전철 개통 전 좌천역에는 무궁화호가 제법 섰기 때문에 빼곡한 시간표도 눈에 들어옵니다.
광역전철 개통 전이라 열차도착안내기는 꺼놓았지만,
운임구역을 가르는 파란색 자동개찰구의 전원은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는 무궁화호만 정차했으니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접촉할 일이 없고,
개찰구는 그냥 지나가도 경보음이나 타격감(?)이 느껴질 일도 없었습니다.
다시 광역전철 승강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개통을 두 달(12월) 앞두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시설물은 다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통 2달 전의 동해선 노선도를 미리 볼 수가 있었죠.(3번째)
하지만 무궁화호는 이 곳이 아닌 임시승강장에 정차하기 때문에
안전문(PSD) 유리에 "무궁화호 타는 곳" 안내표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신 역사 개업 전 좌천역은 임시승강장 옆쪽의 계단/승강기를 통해 다녔지만,
개업 후에는 광역전철 승강장 끝의 경사로를 타고 다녀야 했습니다.
일반열차가 광역전철로 역할을 넘겨주는 과도기에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임시승강장에서 바라본 좌천역사의 모습은 고요했습니다.
다시 임시승강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승강장 중앙에는 대기실이 따로 있는데, 원래 이 쪽 부분에 승강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 좌천역사가 폐쇄됨과 동시에 승강기를 쓸 일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부전 발 동대구행 무궁화호 1794열차를 타고 경주로 돌아갑니다.
1603열차로 온지 불과 13분 만에 떠나지만, 좌천역을 돌아보기엔 충분했습니다.
RDC 디젤동차는 동해선 복선전철화 이후 대부분이 퇴역했는데
승차한 디젤동차는 외부의 칠이 벗겨지고 곳곳이 녹슬거나, 차내 바닥이 파이는 등
총체적인 관리가 매우 부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조금 남은 디젤동차의 디젤 내음을 맡으며
"열차가 공사(公社)의 얼굴"이라던 어떤 분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었습니다.
짧은 동해선 여행을 마치고 경주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승강장은 조금 한산했었죠.
무궁화호 1794열차는 경주역에서 교행할 열차가 없어 정차시간이 조금 짧았습니다.
그래도 돌아가면서 미니미니카페와 행선판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죠.
1794열차의 최후부에 연결되어 있던 9040호 디젤동차.
동해선 복선전철화 이후 소속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계속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철도차량의들의 병원 내지 장례식장으로 손꼽히는
대전철도차량정비단에 입창된 후 영원히 멈추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1794열차가 떠나가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부터 동해선 연선을 바쁘게 돌아다니기 위해 휴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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