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본 여행기는 최신 정보가 아님! ※ 본 여행기는 2017년 당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작성일 기준으로 갱신하였으나 나머지 사항은 현재와 크게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하십시오. |
※ 철도 여행기만 보실 분은 [#4 칼바람 부는 아츠기역에서] 를 보시기 바랍니다.
※ <가나가와의 정경> 여행기는 간결체로 작성했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2017. 1. 13.
정경(情景) -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와 경치
일본에는 온돌이 없다. 대신 코타츠(こたつ)와 전기장판이 있다.
전기장판을 깔고 잔 다음 날 온 몸이 쑤셨다.
아침에 슬쩍 숙소를 벗어나 좌우로 시선을 돌리며 걸으니
차가운 사가미(相模)의 칼바람이 롱패딩을 뚫고 스며들어 왔다.
일본에 머물렀던 약 2주간 나는 꾸준히 이 동네를 벗어났다.
혼아츠기역(本厚木駅)까지 걸어갈 때도, 자전거를 빌릴 때도 있었지만 버스는 꾸준히 탔다.
대신 요금표의 숫자가 빠르게 바뀔 때 내 마음은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이야 국제면허증으로 현지 렌터카를 빌려 다니기도 한다지만
분명 거의 같은 자동차임에도 당시의 나는 일본의 자동차가 신기했다.
생각보다 작은 차체, 라디오로 들려오는 J-POP, UI가 신기했던 네비게이션 등...
물론 국철(코레일 운영구간)처럼 좌측으로 통행하는게 제일 신기했다.
주유소라고 또 다를게 있나. 기름값이 여기나 저기나 비싼 것은 매한가지지만
대중교통에만 의존하면서 여행하던 지난 때와는 다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때만 해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주유소까지 경유할 줄 알았나...
사실 해외여행은 또 다른 세상(세계)을 마주하는 것만 같아
분명 현지인과 같은 시간,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은 -
그런 형용할 수 없는 생각들이 들곤 한다.
내심 유학 후 현지적응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가는 도중에 경유한 세븐일레븐.
입구 위쪽에 붉은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일본의 3대 고유명절 중 하나인 세쯔분(절분, 節分)이 바로 그 날이다.
콩을 집 안에 뿌린 후 자신의 나이만큼 주워먹거나, 썰지 않은 에호마키(恵方巻き)를 먹는 등
한국에도 애니메이션 등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명절이기도 하다.
편의점에는 이미 에호마키처럼 썰지 않은 김밥이 있었지만
나는 아쿠아리우스(이온음료) 한 병을 집어들었다.
이번 여행의 부목적 중 하나인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
자동차는 이미 아츠기 시를 넘어 오다와라를 향해 나아갔다.
이미 눈이 내려 하얀 설탕을 뒤집어쓴 산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와중에 찍은 버스(2번째)는 하다노 영업소(秦野営業所) 소속의 "は54" 버스
불과 4개월 뒤인 2017년 5월에 신형 버스로 교체되어 사라졌다.
여행이 끝난 뒤, 사라진 것들의 순간을 찾는 것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종강을 앞둔 캠퍼스의 공기는 서늘했고 오가는 이도 적았다.
대신 멀리서 축구라도 하는지 함성과 휘슬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몸을 덜덜 떨며 캠퍼스를 가로지른 끝에 지인 분(한국인은 아니다)을 만났고
감사하게도 좋은 고견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 10개월 뒤, 나의 진로는 대한해협을 넘어가지 못한 채 결말을 맞이했다.
지구 온난화로 사계절이 흐려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하늘의 색은 계절에 따라 바뀐다고 믿는다.
그 중 제일로 치는 하늘은 맑고 푸르며, 구름이 좀 있는 늦가을~겨울의 하늘이다.
사진만 보아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하늘색의 상공과
그 사이를 비틀고 따스함을 안겨주는 하얀 태양
그리고 하늘에 수 놓인 구름이 좋다.
대학입시센터시험(大学入試センター試験)은 일본의 대학 입시시험으로,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수능은 각급 학교를 빌려서 하는 반면, 대학입시센터시험은 대학교에서 치르는게 조금 특이했다.
그러다 2021년도에 대학입학공통테스트(大学入学共通テスト)로 개편되었다.
우리나라도 상위권 대학 들어가기 힘든데 일본이야 오죽할까?
일반국도 271호(오다와라-아츠기 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
음료수를 두 병이나 비웠지만 길은 끝이 없었고
피어오른 구름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원래 주유소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만 같은 중고차딜러의 매장
경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로 사가미하라(相模原)에 본사가 있다고 한다.
뭔가 우리나라의 중고차매매상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내에 접어들자 JR 화물의 14피트 컨테이너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JRF는 국제 표준이 아닌 독자 규격의 컨테이너를 계속 사용하는데
그래서인지, 어쩌다 한국에 이 컨테이너가 넘어왔을 때
운송을 위해 컨테이너 화차에 어댑터를 추가로 장착했다는 후문이 있다.
철도모형으로 자주 접하지만 실물로 본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한 순간 같았던 짧은 여행도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블루 아워(Blue-Hour)가 시작될 즈음 혼아츠기역을 향해 출발했다.
[원글] 2017.10.24.
[이동 및 업데이트]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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