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본 여행기는 최신 정보가 아님! ※ 본 여행기는 2017년 당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작성일 기준으로 갱신하였으나 나머지 사항은 현재와 크게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하십시오. |
※ 철도 여행기만 보실 분은 [#8 혼아츠기역의 밤] 을 보시기 바랍니다.
※ <가나가와의 정경> 여행기는 간결체로 작성했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2017. 1. 14.
정경(情景) -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와 경치
보통 해외여행에서 자가용을 타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면허증부터 현지 렌터카까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고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좌측통행이라 익숙치 못한 점이 크다.
그리고 관광지(지역)이 아닌 곳을 여행하는 경우도 드물다.
보통 그 지역의 특별한 곳을 찾는 사람이나 철도 동호인이 그런 경우인데
최근 경주마를 의인화한 우마무스메(ウマ娘)의 인기로 홋카이도의 관광마방(馬屋)을
한국인이 자가용으로 방문한 사례가 있지만 매우 드문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행은 정말 기억 속에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침밥을 먹자마자 뜬금없이 자동차에 타자고 하더니
JA 아츠기 타마가와 농산물직매소(JAあつぎ 玉川農産物直売所)까지 온 것은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JA는 일본 농협협동조합(農業協同組合)의 약칭.
기능 면에서는 한국의 농협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시내에 대형마트며 백화점까지 있는데 굳이 교외까지 나오다니, 세상에.
하지만 "여기가 싸고 신선하다"는 한 마디에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에
옆에서 채소를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전부였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작은 직매소는 생각보다 활기찼다.
특이한 점은 거의 전부 세척된 야채를 팔고 있었는데
세척된 것과 생물 2가지를 모두 파는 우리나라의 농협과는 다른 점이다.
관심이 없던 채소들 사이에서 눈여겨 본 것은 계란이다.
2016년 말, 조류독감으로 계란 값이 뛰기 시작하더니 2017년 1월에는 1판 당 평균 9천원대를 찍었다.
마트를 갈 때마다 앞자리가 바뀌는 마법을 보았던 시기라
흰 박스 겉에 붙은 딱지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직매소를 벗어나 달리던 중, 어느 소방서에 있던 소방차들에 눈길이 끌렸다.
도요타 소방차 옆에 상당히 레트로한 외형의 소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량 위에 붙어있는 푯말을 보니, 카소짱(カソちゃん)호라는 애칭까지 붙여놓은 모습.
번호판이 없으니 공도를 달릴 수는 없고 행사 때 동원되는 차량으로 보였다.
일선 소방서에 구형 소방차를 보존하고 있는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구형 철도차량을 보존하고 있는 지방 사철도 꽤 있기 때문에 있을 법하다.
차를 타고 더 달려 도착한 현립 나나사와 삼림공원(県立 七沢森林公園)
가나가와 현 북서부에 펼쳐진 히가시탄자와 산지(東丹沢山地)의 기슭에 위치해있고
65헥타르의 장대한 지형을 자랑한다.
자동차 이외의 대중교통으로 여기에 오려면
대략 아츠기버스센터(厚木バスセンター, 혼아츠기역 인근)에서
나나자와(七沢)행 厚33, 厚34번이나 히로사와지온천(広沢寺温泉行)행 厚38번을 타고
나나자와온천 입구(七沢温泉入口)에 내려서 도보 8분...
또는 모리노사토(森の里)행 厚43번을 타고
모리노사토 3초메(森の里三丁目)에 내려서 도보 7분...
요금은 조회해보니 편도 370엔(약 4,000원) 정도로 나온다.
근데 아츠기 시 자체도 유명한 관광도시가 아닌데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올 외국인 관광객이 몇이나 될까?
그걸 증명하듯 공원의 이정표는 영어가 전무(全無)하다.
정말로 산행하면서 본 모든 표지판에는 영어가 없었다.
수 많은 일본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일본의 산'을 표현할 때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시시오도시(鹿威し, ししおどし)가 산행 초입에서 바로 보였다.
실제로 대나무에 물이 가득차면 밑으로 내려앉았다 올라가면서
"딱" 하는 맑은 소리를 내는데
조용하고 칼바람 부는 겨울의 산과 어울렸다.
일본의 산을 오르는 것은 생애 처음이라 사실 설랬다.
우리나라의 산도 많이 안 올라봤는데, 일본까지 와서 산행이라니.
가나가와의 1월은 강추위와 함께 매서운 찬바람까지 몰고와
기껏 챙긴 핫팩(100엔숍에서 구입)은 중반 쯤부터 거의 쓸모가 없어졌다.
위로 올라갈 수록 다리의 힘은 빠지고
주차장에서 산 이온음료는 이미 텅 비었다.
카메라 가방도 이것저것 다 넣으면 무게가 꽤 나가는 편이라
"이 기회에 좋은 운동하네"라는 농담이 세삼 허탈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반환점인 오오야마 광장(おおやま広場)에 도착했다.
"4~5월 즈음에 이 광장에 진달래꽃이 많이 피어 예쁜 풍경을 자아낸다"는 말도
귀에 잘 안 들어올 만큼 지쳐버렸지만 갈 길은 멀다.
나나자와 삼림공원 제2주차장에서 이 곳까지의 거리가
다른 곳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사실은 이 글을 쓸 때서야 처음 알았다.
반환점을 돌고 하산하는 길은 그나마 편했다.
재빨리 자동차로 피신하고 싶은 생각에 발걸음이 급해지지만
"급하게 내려가면 다친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얼마가지 않아 쌓인 낙엽에 미끌어져 넘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분명 오후에 가까워지는데 여전히 추운 것은 둘째치고
모든 산행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마주친 것이 단 두 번 밖에 없었을 정도로
나나자와는 고요한 겨울 산 그 자체를 보여줬었다.
12월부터 3월까지 삼림공원의 유료주차장은 무료로 바뀐다.
봄(4월) 부터 단풍이 질 때(11월) 까지가 방문 시즌이라
비수기인 이 기간에는 무료로 개방하는 것 처럼 보인다.
춥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나나자와 삼림공원을 뒤로 하고
다시 자동차는 아츠기 시내로 향했다.
다음 편 [#7 가나가와의 정경 ③ 한국 식품과 작은 일상] 에서 이어집니다 >>
[정보출처]
[원글] 2018.01.16.
[이동 및 업데이트]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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