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의선과 중앙선이 하나가 되는 대격변을 앞둔 이 날, 경의선으로 나왔습니다.
역 곳곳에는 이미 직결운행 안내문과 직결운행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있어 나름 분위기가 살아있었습니다.
"갈아타는 불편없이 편한히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직결운행을 강조하고 있네요.
내일이면 사라지는 공덕착발 전동열차입니다.
오른쪽 구석에 "공덕 대기"라는 표시도 슬쩍 보이네요.
경의중앙선 직결운행에 앞서 이미 승강장 표지나 이정표들은 대부분 교체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행선지로 가득하니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네요.
직결 전 경의선은 4량·6량·8량 편성 전동열차가 같은 선로를 달리는 보기 드문 노선이었습니다.
당시 중앙선이나 수인선, 광명셔틀의 전동차가 경의선의 행선지를 달고 운행했던 특이한 이력도 있죠.
직결 후에는 경춘선 전동차가 도색 변경 없이 운행하는 파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일부 4량 편성과 모든 6량 편성 열차를 8량으로 증결해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증결되지 않은 4량 편성 전동열차는 경의선 계통 전용으로 바뀌었죠.
내일이면 사라질 8량 편성의 서울역행과 115시 415분의 표기도 담아두고 공항철도를 타러 갔습니다.
이날까지는 철도로 용산역에 가려면 공항철도가 제일 빨랐습니다.
(디엠시/홍대입구/공덕역 → 서울역 → 용산역)
이날 용산역 국철맞이방에서는 경의선 복선전철 전 구간 개통식이 열렸습니다.
전철 타는 곳 입구에는 이를 기념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죠.
개통 테이프도 이곳에서 끊었지만 줄을 서느라(?) 멀리서만 보았습니다.
이날 개통식에는 서승환 당시 국토부 장관, 최연혜 당시 코레일 사장, 故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들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 공사 책임자들이 귀빈으로 참석했었습니다.
개통식 후에는 용산역 여행센터에서 경의중앙선 직결운행 기념 레일플러스 교통카드가 판매되었습니다.
최초로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한 여파인지는 몰라도 꽤 긴 줄이 늘어서 있던 기억이 납니다.
약속을 다녀온 후의 저녁,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되돌아왔습니다.
역명판에 붙은 "경의선" 표기는 직결운행 이후 덧붙여질 운명이었지만 살아남은 표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새로운 시트지나 급조한 A4지로 모두 덧붙여져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경의선 전동열차를 타러 왔습니다.
문산 방면은 용산선(공덕)과 경의선(서울)에서 오는 열차가 공존해서,
이들 중 먼저 출발하는 열차를 안내하는 안내판이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경의중앙선이 직결하고, 효창공원앞, 강매, 야당, 운천, 임진강, 도라산역이 개통함은 물론,
화전역이 한국항공대역으로 개칭될 때까지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그 긴 이름은 살아남았습니다.
한편, 다음 해(2015년) 3월에 개통하는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의 홍보문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종합운동장을 잠실운동장으로 표기한 게 눈에 띄네요.
당시에는 전동차의 량수와 출발시각 표기도 전광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출발시각 대신 "0역 전"으로 표기하고 있죠.
대곡급행을 기다리던 중 문산 발 공덕행 K2374열차를 마주쳤습니다.
직결 전 경의선은 알루미늄 압출재 차체 특유의 밋밋한 전동차가 마스코트나 다름없었죠.
어느새 대곡급행이 전 역에 도착해있었습니다.
당시 공덕역과 대곡/문산역 사이에는 4량 편성 전동열차를 활용한 급행/일반열차가 운행되었습니다.
주로 2차분으로 들어온 차량들이 투입되었지만, 광명셔틀의 전동차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의중앙선 직결 후에는 경의선 서울~대곡/일산/문산 계통, 용산선 용산~문산 계통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윽고 공덕 발 대곡급행 K2665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사람들로 꽉 찬 초만원 전차를 타고 대곡을 향해 떠났습니다.
대곡역에서 승객들을 내보낸 전동열차는 건넘선을 건너기 위해 사라졌습니다.
당시 대곡역에서 시종착하는 열차들이 있었지만, 유치(회차)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본선 한가운데에서 멈춘 후 건넘선을 타고 반대 방향으로 넘어오는 방법을 썼었죠.
겨울에는 해님도 단축 영업을 하시는지라, 저녁 초입만 되면 금세 어두워집니다.
철도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겨울밤에만 찍을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대곡 발 공덕급행 K2666열차로 돌아온 4량 편성의 전동열차는 곧바로 떠나갔습니다.
직결운행 이후 사라지는 6량 편성 열차를 많이 보길 원했지만 행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 시기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음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일산신도시 구간 중에서 그나마 사진 찍기 좋았던 풍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곧바로 서울역행 K2230열차가 들어왔네요.
불과 몇 시간 뒤면 사라질 8량 편성의 서울역행 표시…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이래 보아왔던 모습이지만 이게 마지막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 시대에 본 마지막 열차는 문산 발 서울역행 K2230열차가 되었습니다.
전동차의 후미등이 흐려질 때까지 한참 동안 바라본 기억이 있네요.
이것이 제가 본 수도권 전철 경의선 시대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약 12시간 뒤, 용산선 공덕~용산 구간이 개통하며 경의중앙선 시대가 열렸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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