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다시 동화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동화역은 여느 간이역과 비슷하게 작은 규모의 대합실을 자랑합니다.
뜻밖에도 매표소에 "여행안내소" 표지가 있는데, 잠시 여객취급을 중지했을 때의 흔적입니다.
실제로는 역 창구의 기능(승차권 예발매, 반환 등)을 모두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승강장 쪽 출입문에는 인근의 경동대학교에서 도서를 기증해 준 것에 감사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승강장 쪽으로 나와보니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간현역(2011년 폐지) 방면에서 화물열차가 다가와 측선으로 진입합니다.
몇 년 후 경강선 건설 사업으로 측선이 모두 철거되고 복선에 2개 승강장만 남았던지라 귀중한 장면입니다.
동화역에 도착한 화물열차는 8500호대가 견인하는 시멘트화차(양회조차) 화물열차입니다.
시멘트 공장이 많은 중앙선이나 태백선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열차입니다.
하지만 8500호대 전기기관차 뒤에 8000호대 전기기관차 2량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8000호대 전기기관차 2량은 화차처럼 취급되는 "무화회송" 상태였습니다.
차량 사이에 총괄운전용 플러그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죠.
2013년 즈음까지만 해도 경부선에서도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볼 수 있었지만,
2014년부터 점차 퇴역이 시작되어 2018년 하반기에는 영동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독특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그 시절 동화역에 설치되어 있던 가선주는 무려 1969년산이었군요.
이윽고 만종역 방향에서 노란색과 초록색 도장을 한 전기기관차가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8101호 전기기관차가 견인하는 청량리행 무궁화호 1604열차입니다.
안동에서 영주까지 디젤전기기관차가 견인해왔고, 영주에서 8101호 전기기관차로 교체되어 온 것이죠.
전기철도의 시작을 알린 가선주들과 나름 조화가 좋아 보입니다.
8101호 전기기관차는 1998년에 지멘스社의 오이로슈프린터를 기반으로 도입된 2량 중 첫 번째 차량입니다.
한국철도공사의 기관차들 중 가장 마지막까지 한국철도 C.I를 유지하고 있던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철도청'하면 떠오르는 노란색-초록색 역삼각 도장에 코레일 로고를 붙인 형태였는데,
2015년에 중검수를 받으면서 코레일 C.I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영주기관차에서 하염없이 운용에 충당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죠.
제천차량의 8102호와 마찬가지로 폐차나 다름없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열차에 올라 청량리역으로 향합니다.
이른바 '역삼각 도장'은 곳곳이 갈라졌지만, 과거 철도청의 흔적을 충분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후일 덧붙여진 코레일 로고도 돋보이네요.
2003년 코레일 C.I 발표와 공사화를 전후해 많은 철도차량의 도장이 코레일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많은 철도차량의 도장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한국철도 C.I 도장에서 로고를 지우고,
그 위에 코레일 C.I를 덧붙인 차량이 무려 2017년 경까지 존재했습니다.
철도청에서 고속철도건설공단으로 넘어간 차량들은 2024년 현재도 한국철도 C.I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업용 차량이라 평소에는 볼 일이 없습니다.
8100호대 전기기관차는 철도청에서 신형 전기기관차 도입을 위해 시도했던 차종입니다.
그러나 현지 사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특히 공전현상이 지적되었죠.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8200호대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 기관차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한국철도 C.I를 적용한 기관차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중앙선/태백선 무궁화호를 견인할 때마다 철도 동호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약 1시간... 청량리역에 종착했습니다.
승강장에는 이미 다른 철도 동호인들이 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죠.
꽤 낮은 구도에서 기관차를 담아보았습니다.
기관차를 보면서 참 묘한 느낌도 들지만, 머지않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다음 해에 중검수를 거쳐 코레일 C.I로 바뀌었기에 그때 한 생각이 옳았군요...
얼추 차내 정리를 마친 무궁화호 1604열차는 검수선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우연찮게 한국철도의 유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지금은 영주기관차(8101호)와 제천차량(8102호)에 묶여있지만,
언젠가 다시 철도차량을 연결하고 태백선이나 영동선의 굽은 철길을 누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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