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백두대간협곡열차로 떠난 당일치기 여정의 끝을 보려 영동선 철암역에 왔습니다.
역사 내부입니다.
여객보다 화물을 주로 취급하는 역이지만, 생각보다 대합실이 컸습니다.
영동선의 시점이자 경북본부의 중추역인 옛 영주역사(2대째)와 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철암역은 2022년 2월 1일부터 매표창구가 폐쇄되고 차내발권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시종착열차까지 총 14편의 여객열차가 철암역에 멈추지만,
그중 절반가량이 사전 예매가 많은 관광열차인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매표창구가 닫쳤다고 해서 철도 직원이 없는 역은 아닙니다.
이를 반증하듯, 내부 통로의 끝에 걸린 이정표는 행선지가 아닌 관광열차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V-Train은 3량, 동해산타열차는 4량 편성이기에 표기에 조금 차이가 있네요.
개방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올라가니 이미 열차 조성이 끝나 있었습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계통의 마지막 열차인 철암 발 영주행 제2514열차입니다.
철암~분천 구간은 다른 V-Train과 정차역이 같지만, 분천~영주 구간은 무정차 통과하고 있습니다.
거의 먼저 올라간 터라 아직은 텅 빈 1호차의 내부도 렌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철암역과 분천역에서 각각 승차해, 영주역을 거쳐 청량리·대전·동대구 등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대전은 충북종단열차 또는 제천역 경유, 대구는 영천역 또는 시외버스터미널 경유)
영주·분천에서 철암 방면은 1호차에서 뻥 뚫린 후부 전망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암에서 분천·영주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앞쪽에 기관차가 있어 시야를 일부 가리게 되죠.
전망창이 우람한 발전차에 모두 가려지는 3호차보다는 사정이 낫긴 합니다.
이윽고 V-Train은 밝은 표정의 관광객들을 싣고 철암역을 출발했습니다.
복편도 연선의 전망을 소개하는 자동방송이 나오네요…
먼저 승부역에 도착했습니다.
철암역으로 갈 때는 정차 표지와 객차를 담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관차와 함께 찍을 수 있었습니다.
철암행 열차와 달리 승부역의 정차시간은 8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승부역 로컬 먹거리 장터로 향했습니다.
그다음은 양원역에 도착했습니다.
분천/영주행 열차의 정차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지만 양원역은 6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도 양원역을 보려고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은 꽤 있었습니다.
결국 열차는 정시에 출발하지 못했고, n분 지연을 받은 채 분천역으로 향했습니다.
양원역은 근처에 버스정류장도 없는 곳이라 관광객이 모두 승차할 때까지 기다렸겠죠?
저도 잠시 내려 4460호 디젤전기기관차를 둘러보았습니다.
양원역은 단선 구조의 승강장이 하나만 있어서, 기관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514열차의 마지막 정차역인 분천역에 도착했습니다.
한여름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죠.
역사의 외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2022년 경에는 지붕이 회색이었지만 지금은 빨강색이네요.
이에 맞춰 대합실의 벽이나 주변 조형물도 새로 칠했는지 밝은 색채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왜 분천역과 산타마을이 봉화군의 주요 관광지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이 끝나가는 분위기이니 산타마을의 풍경은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열차 안과 분천역 구내에만 머물고, 산타마을로 내려간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아마 이 역에서 승차하는 관광객들은 이미 산타마을을 충분히 즐긴 분들이라 그러지 싶습니다.
과거 서울~철암 간에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이 운행했습니다.
분천산타마을이 처음 조성된 2014년 겨울 시즌에는 특별 래핑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태백~문곡 열차충돌사고(2014.07)로 2개 편성 중 1개 편성이 폐차되고,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열차 운행이 잠정 중단(2020.02)되면서
V-Train과 함께 등장한 O-Trian의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O-Train의 자리는 동해산타열차가 채웠고, O-Train 표지는 모두 동해산타열차로 바뀌었습니다.
분천역을 떠나 영주로 향하는 길…
중간 정차역이 없는 V-Train은 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왁자지껄하던 관광객들도 통과한 역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피로감에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V-Train은 새마을호급 열차라 최소한 영동선 내에서는 우선순위가 제일 높습니다.
속도를 제법 낼 수 있는 구간에서는 객실까지 들릴 정도로 굉음을 울리며 내달렸었죠.
전망창을 통해 백호가 영동선을 따라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관람했습니다.
무궁화호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전망창이 큰 덕분에 좌우 배경까지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2514열차로 달려간 여정을 영상으로 모았습니다.
전망창 너머로 백호가 폭주하는 장면도 보실 수 있습니다.
V-Train이 영주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길었던 관광열차 여행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집으로 갈 때까지 끝난 것이니 아니니, 관광객들은 KTX-이음, 무궁화호나 전세버스를 또 타야겠지요.
영주역에 종착한 후, V-Train에서 4460호 디젤전기기관차를 분리(해방)하고 있었습니다.
기관차의 방향을 바꿔 연결해서 차량기지로 입환하려는 듯하네요.
사실 중앙선 무궁화호도 영주역에서 기관차를 교체하고 있지만, 오는 12월을 끝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화 사업 중 마지막 구간인 의성~영천 구간이 개통하기 때문)
관광객들은 열차에서 여행의 추억을 안고 임시역사를 향해 사라졌고, 승강장에는 열차와 철도 직원만 남았습니다.
이상으로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로 떠난 여행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V-Train을 타러 오는 방법은 중앙선 KTX 첫 차나 연계관광상품, 시외버스, 자가용이 있죠.
하지만 아름다운 영동선의 협곡과 간이역들, 그리고 분천/철암역의 관광지를 보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주역까지 시내버스(1, 3번)로 20분가량 소요된다)
작금의 한국철도는 복선전철화, 직선화, 준고속화로 속도는 빨라졌지만 기차여행의 낭만은 떨어진다고들 합니다.
오히려 느린 로컬선에서 여유와 낭만을 찾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계속될 터입니다.
이제는 중앙선의 전 구간 복선전철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로컬선의 풍경이 사라지기 전에 두 눈과 한 렌즈로 담는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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