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버스를 탈 때부터 들었던 불길한 느낌은 버스가 철암동이 아니라 황지동으로 향했을 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원래 목적지였던 철암이 아니라 태백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잘못 도착한 건 이미 과거가 되었고, 제천 방면 열차도 없으니 버스 출발시각까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인접한 태백선 태백역 앞으로 향했습니다.
1962년 황지지선 개통과 함께 개업한 역으로 강원 남부지역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반대쪽 승강장 부분에 네온사인 역명판이 남아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태백역의 겉모습을 구경만 하고 잘못 도착한 태백버스터미널로 되돌아왔습니다.
영암고속과 화성고속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겉면이 붉은 벽돌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태백버스 정류장" "TAE BAEK CITY BUS" 같은 문구는 터미널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터미널에 걸린 버스 시간표입니다.
특이하게도 화이트보드 칠판에 행선지와 시각이 적힌 표지를 붙여놓았습니다.
태백선 무궁화호의 적은 편수에 대적하는 동서울 방면 시외버스 시간표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우등버스로만 배정되어 있네요.
시내버스는 태백시 구역을 한 바퀴 도는 태백 버스 1번과 4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터미널 기점 노선도를 보고 나서야 태백에 잘못 도착하게 된 경위를 알 수 있었습니다.
태백 버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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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터미널 → 태백종합운동장 → 장성중앙시장 → 동점아파트 → 철암역 → 동백산역 → 통리역 → 송이재 → 태백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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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버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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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터미널 → 송이재 → 통리역 → 동백산역 → 철암역 → 동점아파트 → 장성중앙시장 → 태백종합경기장 → 태백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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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버스 1번은 태백에서 장성, 철암, 통리를 거쳐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태백 버스 4번은 태백에서 통리, 철암, 장성을 거쳐 돌아오는 시계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통리역 앞에서 오는 버스를 타면 철암으로 되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오랜 역사가 있어 보이는 매점 앞에서 휴대폰을 까딱까딱하며 시간을 조금 보냈습니다.
원래 지방의 버스터미널에는 운수사 명칭이나 지명을 딴 이름의 매점 하나 정도는 있는 게 국룰(?)입니다.
터미널 문을 열고 승차장으로 나오니 태백의 푸른 하늘 아래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버스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은 영암고속과 화성고속의 본사 사옥입니다.
태백시 시내버스는 좌석버스와 일반버스를 같은 노선에 혼용하고 있습니다.
간판급 노선인 1번과 4번에도 좌석버스와 일반버스가 함께 운행하고 있죠.
2023년 개정 기준 교통카드 성인 요금은 좌석이 1,830원, 일반은 1,530원으로 300원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이라 그냥 오는 대로 타는 게 훨씬 낫습니다.
몇십분 기다리느니 몇 백원을 더 내는 게 속 편하죠.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일반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캐리어 박사님의 명작인 에어컨 아래에 편안히 앉았습니다.
옆쪽에는 시외버스 승차장이 있었습니다.
인접한 삼척, 동해, 강릉은 물론 서울, 수도권까지 생각보다 많은 노선이 보입니다.
철암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영동선 동백산역을 통과합니다.
태백선 방면 태백삼각선과 분기하고, 그 유명한 솔안터널과 이어지는 역이죠.
사실 잘못 탄 것을 인지한 게 이 역 이전이었는데,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내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다시 철암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태백에서의 방황은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되었고,
농어촌버스는 행선지뿐만 아니라 노선도도 잘 보고 타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만을 남겼습니다.
(도와줘요 기사님!)
감사합니다.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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