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GEC 초퍼제어 전동차를 지나면 <PART 2 - 레일 위의 서울>로 넘어오게 됩니다.
서울의 변화상을 소개하는 곳으로 바닥에는 서울의 항공사진이 보이네요.
서울시 지도 위에 선과 점을 그어 만든 지하철 2·3호선 노선 계획(1974년 안)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영수 저격 사건으로 양택식 서울시장이 해임되고 구자춘 시장이 임명되자, 노선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2호선은 순환선으로 바뀌고, 3호선은 4호선과 함께 서울을 X자로 가로지르게 되었습니다.
그 옆에는 1기 지하철의 마지막 퍼즐인 지하철 2·3·4호선 개통 관련 사료들이 있었습니다.
국철구간(인천/수원~서울역, 용산~의정부)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건 여전하네요.
3·4호선 전 구간 개통식 커팅 가위는 아예 칼날에 각인이 되어있습니다.
새 노선이 개통하면, 새 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한편에는 서울 시내버스 개편과 관련된 공문과, 당시 버스 노선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교통카드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보이던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연락) 승차권도 함께 있었습니다.
각각 1990년대와 1970년대 경에 사용되던 버스 자동안내방송장치와 택시 미터기도 보였습니다.
당시 철도청과 서울시지하철공사가 카세트테이프로 안내방송을 송출한 걸 생각해 보면,
버스 안내방송 장치는 조금 진보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하철역이 건설되면서 지하공간도 함께 개발되어, 일부 역에는 지하상가가 함께 들어섰습니다.
위 실시설계도는 2호선 시청~을지로입구 구간에 건설된 지하상가(보도)의 것이죠.
지하철역과 연계해 건설된 지하상가는 을지로, 강남, 명동과 던전으로 유명(?)한 부평 등이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새 노선이 계획·착공·개통되면 '역세권' 주변에 새 주거 단지(아파트 등)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4호선 상계역(상계동)과 미아삼거리역(現 미아사거리역, 번동) 인근 아파트 분양 홍보물도 이런 맥락에서 전시했겠죠.
부동산에서 내어주는 서류에도 있을 만큼, 집을 구할 때 역에서의 거리나 교통편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자차(自車)가 있어도 결국 철도를 이용할 일이 생기니까요.
PART 3으로 넘어가는 통로에는 실제 전동차의 스테인리스 좌석과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부품들과 달리 4000호대 VVVF 전동차에서 취거한 것들이지요.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좌석에 앉아 잠시 쉬기도 했습니다.
좌석 반대편에는 노약자와 장애인 편의 관련 사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긴 길이의 손잡이, 무임승차권, 장애인·노약자 보호석 표지는 많이 본 것이지만 특이한 것들도 있었네요.
모든 내용이 점자로 적힌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책자(서울시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 편의시설 이용안내 책자(서울도시철도)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시설은 현재도 꾸준히 개수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신설되는 철도역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게 되어있습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 인증) (배리어 프리, BF: Barrier-free) |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7조의2(교통수단 등 인증)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한 교통수단ㆍ여객시설 및 도로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이하 “인증”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제15조의4(의무인증 대상시설의 범위) 1.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제5호의 여객자동차터미널 2. 「도시철도법」 제2조제3호가목에 따른 도시철도시설 3.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조제2호가목에 따른 철도시설 4.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제2호나목에 따른 광역철도 5.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제2조제3호의 환승시설 (이하 생략) |
<PART 3 -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으로 넘어왔습니다.
진행 방향 우측은 2호선 구형 전동차의 차체, 좌측은 승강장 벽체를 모티브로 전시대를 꾸며놓았네요.
1980년 9월 26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개통에 즈음해 스위스의 시계 메이커인 RADO사가
서울시에 표준원자시계, 모시계, 역사용 시계 등 총 1천400여 개를 기증했습니다.
역사 내와 플랩식 행선안내게시기에 RADO사의 시계가 설치되어 약 30여 년간 사용되었습니다.
전시관에는 모시계와 역사용 시계, 그리고 당시 신문기사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플랩식 행선안내게시기에 있는 RADO사 시계가 더 익숙하겠죠.
서울지하철 종로선 개통 때부터 오랫동안 이어진 형식입니다.
플랩이 "파닥파닥" 넘어가는 소리가 인상적이었지만, 2010년 경에 LCD식으로 모두 대체되었습니다.
한편, 서울 시내에는 교보문고 광화문점 같이 역사와 바로 연결된 시설이 여럿 있습니다.
당시 강남에 있던 "ABC 뉴욕제과"의 간판, 그리고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의 종이봉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둘 다 기억이 형성될 즈음에 사라졌지만, "MORNING SET!" 입간판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디자인이네요…
그 옆에는 <지하철은 여러분의 시간생활을 보장해 드립니다.>라는 주제로 여러 사료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 개통 초기에 도입되었던 에드몬슨 승차권부터 MS승차권, MS정기승차권, 초기의 1회용 교통카드,
그리고 개표가위가 있었습니다.
승차권의 종류와 이용방법을 설명한 책자, 그리고 역구내 편의시설을 소개한 책자 등도 꽤 볼만했습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태어나기 전, <메트로신문> 같은 무료 신문이 역 앞에서 배포되던 시기…에는
전동차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맞춰 중앙 전시대에는 <지하철 문화정보>나 당시의 어학 교재, 서적을 볼 수 있게 해두었네요.
어학 공부용 카세트는 "휴대하기엔 조금 크지 않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앙청역(現 경복궁역) 지하1층의 미술전시관이 개관할 때의 유인물입니다.
2005년 경에 서울시지하철공사는 "서울메트로 지하철미술관"으로 개조해 운영한 바 있죠.
최근,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경복궁역의 메트로미술관을 폐지하고 개통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했습니다.
기획전시실의 마지막 홀로 들어가면, 역사 내 신문 가판대를 표현한 구조물이 서 있습니다.
지금도 청량리역, 시청역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죠.
가판대에는 8~90년대 즈음의 신문이나 잡지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선동열의 일본행 소식에 제일 먼저 눈이 가더군요…
오른편에는 서울시지하철공사 시기 기관사가 휴대했던 승무가방과 휴대물품, 정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승무일지, 수첩, 3호선 안내방송 카세트테이프, 신호염관, 전호기 세트…
이 외에도, 위쪽 벽면에는 각 사업 부문별 표창 액자가 걸려있었죠.
지하철인데 왜 전호기(傳號旗)를 갖고 있는가 하면,
열차 고장으로 다른 열차와 연결할 필요(구원운전)가 있을 때 상대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주기 위함입니다.
(물론 터널 안이나 야간에는 규정대로 전호등을 쓰지 않을까 싶다)
반대편에는 1982년 처음 등장한 서울지하철 디자인 통합규정과 관련 안내문이 있습니다.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갖추기 위함으로, 노선별 색상이나 출구/환승 표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하철 역사에는 타일로 여러 작품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소개하는 책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예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4호선) 승강장 벽면에는 호돌이가 있다)
위에서 봤던 중앙청역(現 경복궁역) 투사도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 따로 놓여 있었습니다.
메트로미술관 폐관 이후 경복궁역을 간 적이 없는데, 광화문 근처를 갈 일이 생기면 들러봐야겠습니다.
3, 4호선 공사 당시 현장에서 수집된 발파 채취석도 볼거리입니다.
케이스에는 시공사와 공구명, 채취 위치, 채취 깊이, 사업명과 사업기간이 함께 기입되어 있습니다.
발파 때 나온 돌조각을 공구별로 하나씩 수집해 노선에 맞춰 전시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제319공구 발파 채취석"의 표지를 풀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삼성종합건설(주) 제319공구 서대문~중앙청 연장(延長) 1km160m (사직동 지하25m 발파 채취석) 3, 4호선 59.2km (1980~1985) |
전시실의 마지막 부분에는 대시민 기증 공모로 모인 서울지하철 관련 물품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대시민 공모지만,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물품들에 밀리지 않는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나가는 곳 표지부터 사보, 기념패, 전화카드, 관광교통시각표까지 각기 사연 있는 물품들이 한자리에 있었습니다.
특히 "나가는 곳 표지"가 멀쩡히 남아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서울역사박물관에 수장되겠죠?
이상으로 두 편에 걸쳐서 기획 전시 <서울의 지하철>의 관람기를 보셨습니다.
통합 이전의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 시기를 합쳐도 이 정도 수준의 특별 전시회는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역사박물관과의 협업은 양질의 전시물과 충분한 설명,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구조를 실현했습니다.
폐차를 앞둔 전동차에서 부품을 취거해 전시한 점도 놀라운 부분입니다.
전시가 끝나면 대부분의 전시품은 서울역사박물관이나 서울교통공사 본사로 돌아가겠지만,
일부는 홍보관(청담역)으로 이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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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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