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등 교통관련 자료집 《그레이 아카이브》의 이미지는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CC BY-NC-SA)에 따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2017~2021년 사이, 중앙선에는 그야말로 대격변이 일어났습니다.
경강선 KTX의 등장, 무궁화호 특실 및 야간열차 폐지, KTX-이음의 등장, 복선전철화까지…
예전에는 영주에서 청량리까지 3시간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 50분이면 충분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11월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 완료라는 또 다른 대격변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하나의 철도에 두 개의 노선이 존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원주~만종 구간은 2018년 8월 24일부터 2021년 1월 5일까지,
경강선과 중앙선이 함께 존재하는 한국철도 역사상 가장 드문 노선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경의선 대곡~일산 구간이나 안산선 한대앞~오이도처럼
두 개의 노선이 같은 선로를 공용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2개 구간의 철도거리표는 하나만 존재하고,
서원주~만종 구간은 2개 노선의 철도거리표에 모두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기묘한 구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복선 철도는 하나인데 노선은 둘이다
중앙선과 경강선이 공용하던 시기의 철도노선도를 실측 지도 위에 표시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현재 중앙선이 된 중앙본선(신선)과, 치악역 방향으로 가는 옛 중앙본선을 모두 표기하였습니다.
과거 중앙선은 동화, 만종역을 거치며 S자 형태의 노선이었지만,
원주역을 시 외곽으로 옮기고 직선화한 결과 만종역과 동떨어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강선 (서)원주~강릉 구간 개통에 즈음해 국토교통부에 고시된 철도거리표입니다.
만종역이 중앙선과 경강선의 철도거리표에 모두 표기되어 있고, 경강선의 기점은 중앙선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2016년 8월, 경강선 서원주~만종 구간이 처음 고시될 때 경강선의 기점은 서원주역 구내로 정해졌습니다.
이후 2017년 12월, 경강선 서원주~강릉 구간이 개통할 때
만종역은 중앙선(93.0km)과 경강선(4.7km)에 모두 소속된 역이 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철도를 공유하지만 경강선의 철도거리표에 서원주역과 동화역이 없습니다.
만종역이 2개의 철도거리를 갖게 된 와중에도 이 2개 역은 중앙선의 역으로 남아 있었죠.
2021년 1월에 서원주~만종 구간이 경강선으로 편입되고 동화역이 폐역 되었지만,
서원주역은 아직도 중앙선의 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6년, 2018년, 2021년의 한국철도공사 철도노선도를 비교해 봤습니다.
만종역이 이설되고, 경강선이 추가되고, 굽은 중앙선이 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중앙선 삼산(판대)~원주 간의 변화
|
|||||
역명/노선
|
2008년
(중앙선) |
2017년 12월
|
2021년 1월
|
||
중앙선
|
경강선
(원주~강릉) |
중앙선
|
경강선
(원주~강릉) |
||
삼선
(구. 판대) |
87.8km
|
79.2km
|
|
79.2km
|
|
서원주
|
간현(94.8km)
|
86.4km
|
(기점)
량기 87.072km |
86.4km
|
(기점)
량기 87.072km |
동화
|
98.0km
|
88.3km
|
↓
|
(폐지)
|
(폐지)
|
만종
|
102.7km
|
93.0km
|
4.7km
|
(경강선 편입)
|
4.7km
|
원주
|
4.9km
|
93.0km
|
↓횡성(23.0km)
|
94.7km
|
↓횡성(23.0km)
|
※1 철도거리(km)는 청량리역 기점(량기) 기준
※2 동화역은 폐지 시점까지 경강선의 역이 아니었고, 경강선 철도거리표에도 없었다 ※3 2024년 10월 현재 서원주역은 중앙선 철도거리표에만 등재되어 있다 |
그래서 서원주~만종 구간에는 중앙선의 거리표지와 경강선의 거리표지가 함께 세워져 있었습니다.
거리가 먼 쪽을 중앙선으로, 가까운 쪽을 경강선으로 구분하고는 했습니다.
만종역의 역명판에도 경강선과 중앙선이 함께 표기되어 분기역이라는 느낌이 물씬 살아있었습니다.
현재 이런 모습의 역명판은 서원주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경강선 횡성 방면 ▲ | ▲ 중앙선 원주 방면 ▲ | |
ㅣ | ㅣ | ㅣ |
▼ 중앙선·경강선 만종 방면 ▼ |
한편, 만종~횡성/원주 구간은 경강선 복선전철과 중앙선 단선전철이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횡성/원주 방향 기준 내측 2개선은 경강선, 외측 1개선은 중앙선이 자리 잡고 있었죠.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화 이후 중앙선 부분은 폐선 되었습니다.
옛 원주 → 만종 구간
경강선과 중앙선이 분기했던 부분의 사진입니다.
콘크리트 도상으로 된 경강선과 자갈 도상이 남아있는 중앙선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끝 쪽에는 콘크리트 가선주와 더러워진 자갈 도상이 남아있어 기존 선로를 모두 철거한 것은 아닙니다.
맨 하단의 영상을 보면, 기존 선로 구간으로 진입하면 이음매를 지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죠.
서원주~만종 구간과 달리 이 구간은 2개의 노선이 병행하는 곳이라 철도거리표지도 병행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이 경강선(6.6km), 오른쪽이 중앙선(93.0km) 입니다.
경강선과 중앙선이 분기하던 시기의 만종역 구내는 꽤나 복잡했습니다.
ATS 예고표지, 속도제한표지, 진로표시기, 3현시 표지 동 여러 표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죠.
2, 3번선(본선)과 중앙선을 오가려면 분기기를 1/2번 넘어야 해서 속도제한이 겨우 35km/h에 불과했습니다.
만종역 구내의 노반(궤도) 공사가 끝난 뒤, 중앙선 경유 열차는 동화역이 아닌 만종역에서 교행하게 되었습니다.
경강선 KTX가 운행했을 때에도 대부분 중앙선 열차끼리만 교행했기에 주로 본선을 사용했습니다.
통과하는 열차도 대게 본선으로 지나갔지만, 역방향의 부본선으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준고속선 내의 역에서 역방향으로 열차를 통과시킨 사례는 이때 말고는 본 적이 없네요…
서원주 → 옛 원주 구간
방향을 바꿔서, 이번에는 상행 방향을 바라보고 촬영한 것입니다.
중앙선 덕소~원주 복선전철화 개통 이후 서원주역의 지주식 역명판은 승강장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잡초만 무성했던 바닥을 대리석 바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치워져 한편에 높이 세워졌습니다.
서원주역 구내, 하행 부본선에는 경깅선(원주~강릉) 기점을 알리는 0km 거리표지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후 중앙본선(신선)과 분기하면 공용구간에 진입하게 됩니다.
사진의 오른쪽에 중앙선 거리표지(87.4km)와 경강선 거리표지(1.0km)가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네요.
이 거리표지 인근에는 수도권동부본부와 강원본부 관할 지역을 구분하는 본부 경계표지도 있습니다.
이 구간에는 동화역이 있었습니다.
한때 3면 3선의 승강장과 자갈선(화물승강장)까지 갖추었지만,
복선전철화 공사가 진행되면서 모두 철거되고 2면 2선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구내 건널목은 펜스로 막아놓았죠.
현재는 승강장을 폐쇄한 상태이고, 역사와 부속건물은 강원본부의 보선 사업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승강장 철거 전의 동화역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만종역을 출발해 기존 중앙선 구간으로 넘어오면 익숙한 콘크리트 기둥이 맞이해줍니다.
색이 바랜 자갈 도상의 철도와 잘 뻗은 콘크리트 도상의 준고속선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과도기에 존재했던 중앙선-경강선 공용구간을 보셨습니다.
경의중앙선-서해선,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분당선 처럼
2개의 노선 계통이 같은 선로를 달리는 장면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개의 철도거리표에 같은 구간이 있던 것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한국철도의 역사는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新 한국철도사"(국토교통부 외), "한국철도의 역사와 발전"(이용상 외 공저, BG북갤러리)을
일독(一讀) 해보시기를 권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인용자료]
국토해양부 고시 제2008-147호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7-428호
한국철도공사 철도노선도
카카오맵
2024.11.20.
ⓒ2024, Mirae(wmiraew)
본 게시물에서 별도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글과 이미지(영상)의 저작권은 Mirae(wmiraew)에게 있습니다.
'그레이아카이브 > 철도학술 등 관련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궤도시설]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0) | 2024.05.05 |
---|---|
[철도운영] 병합승차권(좌석연결승차권)에 대하여 (0) | 2024.03.03 |
[철도운영] 영동선 운행 중지에 따른 대체운행버스 (2023~2024) (1) | 2024.02.18 |
[철도운영] KTX 자유석 셀프체크인(검표) 제도 (0) | 2024.01.17 |
[철도역시설] 광역전철 승강장에 등장한 캡슐 뽑기 자판기 (2023년) (0) | 2023.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