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다음 날 아침.
동해선 옛 부조신호장(역)에 도착했습니다.
1918년 옛 경동선 개업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지만, 2007년 6월 1일부로 여객열차가 모두 통과하게 되었고
2015년 7월 동해선 이설에 즈음해 아예 새 건물로 이전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때는 괴동선 때문에 아직 역 건물 자체는 남아있었습니다.
부조역의 역명판은 전형적인 80년대의 간이역에서 볼 수 있는 흰색 바탕의 검은 글귀입니다.
Bujo가 아닌 Pujo인 것도 그렇지만, 역 역(驛)이 정자가 아닌 일본식 신자체(駅)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건 동방역에 있던 것과 같다고 봐야겠네요.
잡초가 많이 자란 역 광장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떠났습니다.
양동마을 인근이자 양자동역 인근으로 이동했습니다.
2015년 개통한 동해선 복선전철의 잘빠진 교량과 아직 남아있는 동해남부선의 낡은 교량이 대비를 이룹니다.
양동마을 쪽으로 더 이동하니 우거진 나무와 잡초들 사이로 잊힌 역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동해선 양자동역.(2021년 폐지)
개통일이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지만 그래도 승강장과 지붕, 의자와 가로등을 갖춘 간이역이었습니다.
앞선 부조역과 함께 2007년 6월 1일에 여객취급이 중지되고 모든 열차가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인근 양동마을은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그 특수를 누리지 못했죠.
결국 잊혀 버린 채 2021년 12월 28일에 폐지된 역입니다.
당시 양자동역은 푸른색 역명판과 흰 철제 지붕, 곳곳이 갈라진 승강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든 열차가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머물다 간 흔적마저 적었죠.
양동마을이 근처에 있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안강역이나 경주 시내에서 오기 때문에
2010년에 영업을 계속했어도 영향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자동역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KTX-산천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동대구를 향해 질주하는 열차는 포항 발 행신행 KTX-산천 236열차네요.
항상 푸른 하늘과 달려나가는 KTX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동해남부선으로도 열차가 지나갔습니다.
중앙선 제천역을 출발해 괴동선 괴동역으로 향하는 임시화물 5253열차.
디젤전기기관차가 이끌고 온 무개화차가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가 일었습니다.
양동마을에 입장한 뒤에 보행로를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행신 발 포항행 KTX-산천 복합열차와 동대구 발 포항행 무궁화호를 모두 담을 수 있었죠.
신/구선 열차를 동시에 찍고 싶었으나 운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단풍이 우거진 동해선 안강역.
앞서 본 역들과 마찬가지로 1918년 경동선의 역으로 개업한 이후 줄곧 동해남부선의 역으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12월 28일부로 신 역사를 옮겨갔습니다.
구 안강역사의 1층에는 주민 문화공간(갤러리)이 있어 역무시설은 2층에 있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야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구 안강역사는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습니다.
매표창구는 사실상 하나만 운영하고 있었고, 불 꺼진 대합실 한편에는 책장과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구석에 누렇게 황변현상이 와버린 에어컨에도 눈길이 가네요.
승강장 측에서 보면 평범한 역 같아 보이지만 밑에 1층을 더 숨겨두고 있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갤러리 밑에는 정화조라던가 기계실이 또 있겠죠…
역구내는 전형적인 간이역의 풍경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승강장 내 대합실을 제외한 지붕이 하나도 없었으며, 구내 건널목에는 차단기마저 없었습니다.
건널목이야 아예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나가는 문을 쇄정하면 그만이긴 하지만요...
승강장은 2면 4선이라는 상당한 규모였는데, 모든 여객열차가 정차했던 특성을 감안한 듯싶습니다.
이후 동해선 사들건널목(사방~안강)으로 이동해 포항행 무궁화호 1762열차를 담았습니다.
KTX가 다니던 동해선 복선전철 교량 밑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다소 이질적입니다.
땡겅거리는 건널목을 멍하니 바라보면 열차가 금방 지나갑니다.
한국철도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게 조금 안타깝습니다.
이후 대동건널목으로 이동했습니다.
거의 왕복 2차선 정도 되어 보이지만, 대전 시내에서나 볼법한 큰 차단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큰 커브를 돌며 다가오는 동대구행 무궁화호 1754열차를 담았습니다.
RDC 디젤동차는 노후화로 인해 폐차가 진행되면서 3량 편성과 4량 편성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열차카페가 2량이나 달린 편성이 나오기도 했죠.
그래도 퇴역할 즈음에는 모두 4량 편성으로 환원되었습니다.
대동건널목을 떠나 사방역(2021년 폐지)을 지나쳐, 청령역을 향해 달려나갔습니다.
동해선 청령역.(2021년 폐지)
1967년 지역 주민의 요구로 개업했고, 1988년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기 전까지 을종위탁발매소※였습니다.
그러다 2007년 6월 1일부터 여객취급이 중지되어 폐지될 때까지 다시는 열차가 서지 않았습니다.
(을종위탁발매소 : 민간인이 승차권을 위탁 판매하는 철도청(공사) 관할 철도역. 갑종은 철도역 외의 장소에서 위탁 판매)
2007년에 여객취급이 중지되었지만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적용한 목재 역명판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전에 보았던 양자동역은 의자가 있었지만 청령역은 그마저도 없었습니다.
청령역의 거의 유일한 구조물인 지붕은 플레이트 철판과 목재 등을 섞어 만든 것입니다.
그 오랜 세월을 버티고 계속 서 있는 것을 보면 꾸준히 관리되어 왔을 것 같네요.
승강장 끝에는 낡은 가로등이 전신주에 매달려 있었고, 승강장은 곳곳이 깨지고 갈라져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열차가 서지 않고 '철도거리표'에는 등록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폐역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열차가 오지 않아 짧은 청령역 관람을 마치고 삼각선을 향해 떠났습니다.
삼각선과 경주 시내 풍경은 다다음 글에서 다루어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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