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차를 타고 모화역 인근의 논밭 옆 도로로 이동했습니다.
노란 양탄자 너머로 깨알같이 모화역의 출발신호기가 보입니다.
잠시 후, 경주 발 온산행 Y3966열차가 모화역 장내로 들어왔습니다.
경질유차 12량을 끌고 왔는데, 화물(석유제품)을 싣지 않은 공차(空車) 상태로 달리고 있었죠.
정작 3966열차는 철암행 황산화물 열차였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모화역에는 이미 부정기화물 6511열차가 정차해 있었습니다.
태화강에서 출발해 경주까지 운행하는 열차로, 화차 없이 7353호 디젤전기기관차만 있는 단행입니다.
노란 하늘과 땅을 등지고 Y3966열차는 6511열차 옆을 지나 모화역을 통과했습니다.
이후 6511열차도 경주를 향해 떠나갔습니다.
화차 없이 기관차 하나만 있는 모습이라 좀 특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열차가 교행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누렇게 변한 하늘과 추수가 막바지에 이른 논의 조화가 좋네요.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서둘러서 호계역으로 향했습니다.
동해남부선 호계역에 도착했습니다.
호계역은 1921년 10월, 경동선(협궤)의 역으로 개통했습니다.
이후 조선총독부 철도국을 거쳐 동해남부선(표준궤)으로 바뀌었죠.
한때 새마을호도 정차하던 역이었지만,
2021년 12월 27일을 끝으로 약 100년 2개월의 역사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복선전철화 이후에는 북울산역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지요.
한편 역사(驛舍)는 2대 째인데, 경동선 개업 당시의 역사는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역사를 다시 신축한 바 있습니다.
호계역의 역명판은 공사화 이후 제정된 코레일의 양식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역 건물은 한차례 증축되었다지만, 1950~60년대 간이역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찾아갔을 때에는 출입구와 승강장 방면 출입문이 모두 열려있어 뻥 뚫린 느낌을 주었습니다.
승강장에서 바라본 호계역사는 여느 간이역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폐역 전까지 수차례 호계역을 찾았지만, 올 때마다 역을 오가는 여객이 상당했습니다.
작은 외형과는 다르게 나름 수요가 있던 역이었습니다.
호계역은 울산광역시 북동부 즈음에 있지만 극락강역(광주광역시)보다는
조금(?) 긴 1면 2선 규모의 승강장과 지붕, 의자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옆의 측선은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자갈도상에 잡초가 자라있네요.
역사 건물과 승강장을 잇던 건널목, 옛 양식이 남은 타는 곳 표지,
출발반응표시등에 붙은 “경주행”의 표식, 그리고 적막한 승강장의 햇살…
지금(2024년)은 폐역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정겨운 풍경들입니다.
이후 호계역을 빠져나와 인근에 위치한 창평건널목을 찾았습니다.
호계역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건널목으로 구도가 꽤 괜찮아서 거의 필수 코스로서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건널목에서 바라본 옛 동해남부선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직선으로 쭉 뻗은 단선의 로컬선, 그 옆에 우뚝 서 있는 건널목 지장 경고등과 이따금씩 건널목을 지나는 차량들까지…
노랗게 변해가는 하늘과 회색빛 구름에 조화되어 감성적인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풍경에 열차가 보태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사실, 오른쪽 사진까지 열차가 다가와야 창평건널목의 차단기가 내려올 정도로 거리가 좀 있는 편입니다.
노반 옆에 피어난 갈대와 노을진 하늘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었죠.
무궁화호 객차의 하얀 차체에 누런 햇빛이 반사되어 색이 바랜 것처럼 보입니다.
잠시 노을과 날아가는 철새떼를 관람한 후에 건널목을 떠났습니다.
이후 더 밑으로 내려가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향했습니다.
경주로 돌아가는 길에 1789열차와 시간이 맞아 동방건널목 앞에서 찍기도 했죠.
이렇게 동해남부선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갔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간 이야기를 짧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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