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 편에 이어서…
청령역을 떠난 뒤 나원역을 잠시 들렀습니다.
wmiraew_2021동해선1차
나원역은 협궤 경동선 개업(1919년) 시기부터 있던 유서 깊은 역입니다.
동해선과 중앙선으로 넘어가는 금장삼각선이 만나는 역이라 운전취급 상 중요도가 높고,
화물도 취급하고 있어 여객열차가 서지 않지만 폐역 직전까지 보통역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해선 복선전철화로 인해 금장삼각선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나원역은 무궁화호가 정차하지 않지만 운전취급과 화물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컸습니다.
4선 규모의 구내 승강장도 건재했고, 구내 부속건물도 비교적 깔끔히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사 과정에서 구내 철도시설이 철거되었고, 역사도 철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나원역을 떠나 곧바로 경주 시내에 위치한 형산강철교로 이동했습니다.
형산강변에 자리 잡은 아파트와 철교가 묘한 조화를 이루지만, 사실 형산강철교는 2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바깥쪽에 보이는 철교가 중앙선 서경주·영천 방면으로 가는 선로,
안쪽에 가려진 철교가 동해선 나원·포항 방면으로 가는 선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대구역에서 대구선, 중앙선을 거쳐 온 무궁화호 1781열차는
바깥쪽 철교를 따라 경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온 터라 세팅이 늦었지만 그래도 나름 조화롭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선두차는 또 짝이 안 맞지만요…
식사 후 시내 외곽 쪽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이미 누렇게 변한 논밭에서는 농부들이 한 해의 결실을 거둬들이던 중이었죠.
포근한 계절감이 바로 다가오는 풍경을 눈과 SD카드에 쉴 새 없이 담았습니다.
이윽고 무궁화호 1783열차가 논 옆을 크게 돌며 지나갑니다.
선로가 일직선으로 난 것이 아니라, 논을 피해 외곽으로 크게 도는 게 참 인상적입니다.
직선화-고속화를 염두에 두고 배선을 짜는 작금의 철도에서 볼 수 없는 감성이 느껴집니다.
현재 디젤액압동차는 모두 퇴역하고 대전철도차량정비단에서 최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동해남부선-동해선-중앙선-대구선 계통의 주력 차량으로 활발하게 운행했었습니다.
앞뒤가 똑같기 때문에 저 멀리 숲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도 마치 앞으로 달려오는듯한 느낌입니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시내 외곽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동해남부선 너머로 보이는 경주는 천년고도의 수도답게 문화재가 가득한 풍경이었습니다.
조금 기다리자 동대구행 무궁화호 1782열차가 지나갔습니다.
미니미니열차카페만 2량이 조성된 묘한 편성이었네요.
그리고 인근 철교로 이동했지만, 도착하기 무섭게 열차가 다가왔습니다.
입석리 발 수색행 3345열차로, 무개화차 20량을 끌고 철교를 넘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으로 동해남부선 여정을 끝낼 생각이 없었기에,
몇몇 장소는 그 위치와 주변 환경을 기록해놓았다가 12월 말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율동역에 들렀습니다.
경동선 서악역부터 최종 폐역 때까지 무려 3번의 폐역과 2번의 부활을 거친 역사가 있죠.
원래 여객취급을 했었지만 일찍이 폐지되고, 동해남부선 이설 직전까지는 신호장으로 기능했습니다.
무인신호장으로 격하되었지만 역사 건물은 멀쩡했고 구내 설비도 잘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자동차를 끌고 인근 산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 여정은 다음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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