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에 이어서…
율동신호장을 떠난 자동차는 내비게이션 지도에도 없는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험하고 가파른 산악도로를 뒤뚱뒤뚱 올라가니 곧 벽도산 활공장 부근에 도착했었죠.
활공장에서 바라본 동해남부선과 경부고속도로의 전경은 마치 그림 같았습니다.
벽도산 활공장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산맥 너머로는 경주 시내까지 훤히 보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죠.
물론 지금은 동해남부선이 폐선 되었으니 고속도로나 삼각선 밖에 안 남았지만요...
산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바람과 같은 기상여건에 큰 영향을 받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라오는 길에는 망원렌즈로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역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해선 역의 이름을 이어받아 경주역으로 바뀌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신경주역이었지요.
자리를 잡기도 전에 포항 발 동대구행 무궁화호 1756열차가 철교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노란 논밭 사이에 우뚝 솟은 단선 철도, 산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단선 철도만의 매력은 언제나 봐도 좋네요.
망원렌즈를 끝까지 당기면 저 멀리 경주 시내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보니 전 편에서 RDC 디젤동차를 찍었던 방향이네요.
산 위라면 웅장한 특대형 디젤전기기관차도 N게이지 철도모형(1:160)보다 더 작아 보입니다.
열연/냉연코일차, 평판차 등이 함께 연결된 괴동~순천행 3441열차가 다가왔습니다.
코일을 싣고 올 줄 알았던 화물열차의 적재함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속도를 올리는 디젤전기기관차의 엔진 소리만 산맥을 타고 울려왔습니다.
한편, 개통을 2개월여 앞둔 경주삼각선에는 갑자기 시운전 열차가 지나갔습니다.
8500호대 전기기관차 1량만 지나갔던 터라 뒤늦게 발견하고 셔터를 연타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는 아화역과 서경주역을 잇는 삼각선으로서 여러 열차가 지나다니고 있지만, 산 위에서 삼각선을 바라볼 기회가 다시 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인접한 율동신호장은 산맥에 가려서 안 보였고, 멀리 떨어진 모량역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무궁화호 1775열차가 모량역을 통과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었죠.
모량역 구내를 가로지르는 철교는 新 중앙선으로 오른쪽 구석에 새 역사도 보입니다.
산 위에서 신구(新舊)가 교차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새삼 신기했습니다.
(중앙선 복선전철화 이후 모량역은 새 역사로 이전함과 동시에 신호장으로 격하되었다)
경부고속도로 옆을 따라 질주하는 3칸짜리 디젤동차도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비록 자동차보다 속도가 느렸지만 열심히 율동신호장을 향해 달려 나갔지요.
시야에서 사라지면 율동신호장을 지났다는 뜻이기에 바로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윽고 산맥 사이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디젤동차는 철교를 지나 서경주를 향해 떠나갔습니다.
앞뒤가 똑같은 디젤동차이기에 마치 앞으로 다가오는듯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디젤동차가 경주를 향해 사라지자, 율동신호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화물열차가 출발했습니다.
텅 빈 화물열차는 저무는 태양빛을 사이에 두고 모량역을 향해 멀어져 갔습니다.
이날 바람이 꽤 거세게 불고 해도 저물고 있어서,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했습니다.
엄청난 경사를 따라 내려갔던지라 올라갈 때보다 더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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