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5.
거의 정확히 10년 전…
운행 중지를 앞둔 경의선 통근열차를 타고자 문산역을 찾았습니다.
통근열차가 아닌 통일호 시기부터,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그 시절부터 경의선에서 통근열차를 타왔습니다.
CDC 디젤동차가 완전히 퇴역한 때(2023년 12월)도 그랬지만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죠.
그 때 문산역은 안전문(PSD)이 없었고, 저상 홈 승강장에는
운천역과 임진강역이 모두 적힌 역명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평화생명관광열차(DMZ-Train)이 운행을 시작하기 1개월 전의 풍경이네요.
대부분의 일반철도는 첫 차가 새벽 시간대에 출발하지만 경의선은 예외였습니다.
임진강행 통근 2701열차는 문산역을 오전 8시 35분에 출발했으니까요.
당시 경의선 통근열차는 엄연히 임진강행과 도라산행이 구분되어 운행되었습니다.
통근 2701열차는 임진강행이지만 도라산행 행선판을 걸어두었네요.
사실 2701열차는 임진강역 종착 후 도라산역으로 가 도라산 발 열차(2702열차)로 운행됩니다.
승강장엔 디젤엔진의 우렁찬 소리만 가득했고, 오가는 이는 적었습니다.
전성기 통근열차의 길이(10량)에 맞춘 넓은 길이였지만 말년에는 단 3량뿐이었습니다.
차내로 들어오면 승객은 다섯 사람이 전부인 한적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거의 전부가 어르신들이었죠.
CDC 디젤동차는 어릴 적 타던 풍경과 큰 차이가 없어서 나름 안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어컨도 모자라서 붙어있는 선풍기, 주렁주렁 달린 손잡이들, 그리고 철도청 제작 패찰까지…
디젤동차가 전량 퇴역한 지금은 보존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철도청의 향기가 남아있는 의자에 앉아 출발시간을 기다립니다.
출입문이 모두 열려있고, 엔진이 객실 밑에 있어 디젤 냄새가 차내로 들어왔던 기억도 납니다.
이윽고 문산역을 출발했습니다.
과거 경의선 통근열차는 서울역과 문산/임진강/도라산역을 이었지만,
폐지 즈음에는 문산, 운천, 임진강, 도라산역만을 오가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운천역에 정차했습니다.
지금은 경의중앙선의 역이 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승강장 하나가 끝인 작은 임시승강장이었습니다.
얼마 뒤, 종착역인 임진강역에 도착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자 디젤동차의 출입문을 바로 받고, 신호를 기다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열차방향표(행선판)는 철도용품 관계 규정에 그 양식과 재질, 시험 규정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소나 지역본부별로 다양한 바이브레이션이 존재했죠.
경의선의 행선판은 위 사진처럼 임진강역과 도라산이 모두 표기되어 있는 것과,
또는 임진강역이나 도라산역만 표기된 행선판이 존재했습니다.
심지어 위에서 본 도라산행 행선판은 단방향이지만 이 행선판은 양방향이네요.
역에 머물러있던 디젤동차는 진로가 개통되자마자 도라산역을 향해 떠났습니다.
도라산역에서 2702열차로 돌아오기까지 약 1시간가량이 있어, 짧은 투어에 나서기로 합니다.
경의선 임진강역.
1938년부터 1941년까지 조선총독부 철도국 산하의 임시역인 임진(臨津)역으로 그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8.15 광복, 6.25 전쟁 이후 단절되었었으나,
경의선 복원사업(2000~2002)으로 2001년에 재개통하면서 다시 그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3월에는 경의선 문산~도라산 간 전철화 사업으로 경의중앙선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도라산역은 DMZ구역 내에 있기 때문에, 도라산역으로 가려는 여객들은 임진강역에서 모두 내려
민통선 출입신고와 검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재개통 시기부터 현재까지 도라산으로 가는 모든 열차는 임진강역에 정차합니다.
임진강역을 나와 잠시 주변을 돌아봅니다.
임진강 철교를 넘기 전에 철교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밑에는 작은 낚시터가 있었습니다.
초봄이라 금방이라도 피어오를듯한 꽃봉오리에 더 눈길이 갑니다.
임진강역 인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미카3형 244호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카3형 244호 증기기관차는 조선총독부 철도국 극말기인 1944년, 일본차량제조(니혼사료)에서 제작되어
미카 3형 중에서는 최후기형에 속합니다.
퇴역 후 이곳에 옮겨져 평양 방향을 바라보도록 전시되었습니다.
2023년에도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244호가 다시 달리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옛 임진역의 이름을 단 간이역 모양의 기념품점도 한편에 있었습니다.
주로 특산품과 북한 지폐 등을 판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거의 사라진 필름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평화랜드라는 놀이공원이 있었습니다.
여느 대형 놀이공원(테마파크)보다 규모는 작지만, 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경의선 바로 옆 공간에는 평화열차라는 오락기구가 있어, 증기기관차의 탈을 쓴 디젤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미얀마아웅산순국외교사절 위령탑'을 돌아 평화누리 홍보관 앞쪽 공원을 다시 돈 뒤에 종착하는 구조입니다.
장단역에 버려져 있던 증기기관차까지 본 뒤에 임진강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임진강역에 돌아왔습니다.
문산역과 마찬가지로 이 역도 매표창구가 있습니다.
통근열차뿐만 아니라 KTX 이하 모든 열차의 승차권을 끊을 수 있었지요.
경의선 전철 개통 이후 도라산착발 통근열차는 DMZ 안보관광의 연계열차로서 계속 운행되었습니다.
연계열차는 2703, 2605열차를 타고 임진강역에 하차 후, 민통선 출입신청(수속)을 밟은 뒤
다시 열차에 올라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행로였습니다. 이를 위해 임진강역 정차시간은 31분으로 잡혀 있었죠.
도라산착발 열차는 반드시 왕복승차권으로 구입해야 했고, 민통선 출입신청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했습니다.
다만, 연계열차를 포함한 왕복 총 12편의 통근열차가 매일 운행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경의선 통근열차 시각표 (하행, 2014년 폐지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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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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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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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
|
임진강
|
도라산
|
비고
|
2701
|
08:35(發)
|
08:41(發)
|
08:44(着)
|
(→회송)
|
|
2703
|
10:00(發)
|
10:06(發)
|
10:09(着)
10;40(發) |
10:45(着)
|
안보관광 연계열차
(화~일 운행) |
2705
|
11:30(發)
|
11:36(發)
|
11:30(着)
12:10(發) |
12:15(着)
|
|
2707
|
14:00(發)
|
14:06(發)
|
14:09(着)
|
(→회송)
|
화~일 운행
|
2709
|
15:00(發)
|
15:06(發)
|
15:09(着)
|
(→회송)
|
|
2711
|
18:00(發)
|
18:06(發)
|
18:09(着)
|
(→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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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통근열차 시각표 상행, 2014년 폐지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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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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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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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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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
|
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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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
|
09:20(發)
|
09:26(發)
|
09:30(發)
|
09:35(着)
|
|
2704
|
11:00(發)
|
11:06(發)
|
11:10(發)
|
11;15(着)
|
화~일 운행
|
2706
|
12:30(發)
|
12:36(發)
|
12:40(發)
|
12:45(着)
|
|
2708
|
14:30((發)
|
14:36(發)
|
14:40(發)
|
14:45(着)
|
안보관광 연계열차
(화~일 운행) |
2710
|
15:30(發)
|
15:36(發)
|
15:40(發)
|
15:45(着)
|
|
2712
|
18:30(發)
|
18:36(發)
|
18:40(發)
|
18:45(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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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와 같이 월요일과 주중 법정공휴일은 왕복 12편 중 8편이나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1일 4회, 그것도 첫 막차 1왕복 편만 운행했던 셈이죠.
다만 추석이나 설날 연휴에는 연계열차를 운행했었습니다.
타는 곳 방향 전시공간에는 여러 시나 글귀, 메모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과거 경춘선 대성리역/강촌역이 그랬듯 임진강역 한편에는 여행객들의 낙서로 가득했습니다.
임진강역의 지주식 역명판.
그 역명판에는 "도라산"과 "운천" 대신 "평양"과 "서울"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도라산역에도 같은 표시가 있었지만, 국내선 승강장에는 "임진강"과 "개성" 표시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때의 임진강역은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출발신호기 너머 미지의 땅(DMZ)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이었습니다.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생각보다 승강장의 폭이 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복선 선로에 승강장은 단 1면인 게 희한했지만요.
현재는 경의중앙선 승강장이 새로이 설치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겠죠...
이윽고 도라산 발 문산행 통근 2702열차가 도착했습니다.
경의선(문산~도라산) 상행으로서는 첫 차가 되겠네요.
이 열차를 타고 운천역을 향해 떠났습니다.
운천역에 도착한 후, 그리고 다시 문산역으로 되돌아오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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