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모형의 구매, 부품 장착, 개조 등은 기본적으로 개인 책임 하에 하는 것입니다. 본 블로그를 너무 맹신하지 마시고, 처음이시라면 국내 주요 유통사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이번 글에서는 소위 "정크"급으로 불리우는 철도모형을
말끔히 수리해서 소장하는 과정에 대해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틀린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니 너그러운 양해를 바랍니다.
#1 "정크"급 철도모형은 대부분 수리가 필요할 정도의 문제가 있다
정크(ジャンク, Junk)는 "쓸모 없는 물건"을 일컫는 명사로
철도모형에서는 수리하지 않고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의 상태를 뜻합니다.
국내외 여러 철도모형점의 사례와 필자의 경험을 종합하면 아래의 경우를 "정크"로 볼 수 있습니다.
- 원래 제품의 북케이스가 없는 경우 (1개의 북케이스로 합친 경우는 예외)
- 부속품이 없거나(결품) 파손되는 등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경우
- 동력 유닛(모터)이나 라이트유닛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
- 제품에 파손, 스크레치, 접착제 흔적, 도장이 벗겨지는 등 복원하기 어려운 결함이 있는 경우
- 원래 제품의 것과 다른 커플러가 장착되어 있는 경우
- 원래 제품과 다른 모양(도색)으로 가공한 경우
- 기타 정크로 볼 수 있는 상태
이런 정크급 철도모형은 원래대로 복원하기 위해 최소 1개 이상의 부품을 교환해야 하기에
구입 비용에서 최소 몇 천엔(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클레임과 반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약받고 판매합니다.
일본에서는 정크급 철도모형을 주로 멀쩡한 부품을 떼어 사용할 목적이나 전시용,
또는 개조를 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 시장(야후 옥션, 하비렌드 포치 등)도 활성화 되어있고요.
#2 구입 : 신중을 거듭해서 선택
2021년, 883계 전동차(KATO 10-1475)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둘러보던 중
겉으로는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제품 상태는 무려 "전체적으로 상태가 나쁘다(全体的に状態が悪い)"로 적혀있는데
이건 옥션!의 출품 시스템에서 출품자가 매길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태입니다.
당시 이 매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제품 북케이스가 없음 → 완충재로 포장되어 배송될 가능성이 높음
- 팬터그래프(집전장치)는 전체 3개 중 2개가 파손됨 → 교환 필요
- 동력 유닛(모터)은 이상 없음 → 그러나 얼마나 주행했는지 알 수 없음
사실 개인적으로 제품 북케이스가 없는 것 만으로도 "정크" 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팬터그래프가 파손되었음에도 차량 외관만은 깨끗한 점을 들어 응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입찰 끝에 11,000엔에 낙찰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제품 정가가 22,330엔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확인된 것보다 더 망가졌을 가능성이 있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3 도착, 그리고 수리
낙찰 이후 차량은 대행사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열어보니 제품 외관에는 그다지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우려했던 동력유닛의 모터는 9V 전원을 넣어보니 부드럽게 돌아갔으니, 이미 반 정도는 성공한 셈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중고 철도모형을 직구하는 분들 중에
출품자가 기입한 내용과 다르게 나쁜 상태의 철도모형을 수령해
금전적, 시간적 피해가 일어난 사례가 여럿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낙찰받은 매물은 수납용 북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TOMIX社의 중고 북케이스를 따로 구했습니다.
TOMIX 북케이스는 속지를 쉽고 깔끔하게 교체, 커스텀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선택지죠.
물론 속 우레탄은 883계 전동차의 날렵한 앞부분과 모양이 맞지 않기 때문에
차체를 우레탄에 대고 겉모양을 그린 후 칼로 파내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미 파손된 것으로 확인된 팬터그래프 부품을 주문해 같이 들여왔습니다.
KATO제 철도모형의 설명서 뒷편에는 수리용 부품의 목록을 적어놓은 ASSY표가 있는데
여기서 맞는 부품의 품번을 보고 옥션!과 라쿠텐 등지를 열심히 찾아 구입했습니다.
(사실 당시 KATO 온라인 숍에 재고가 없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철도모형 전문점에 문의하는게 빠를 수도 있는데
N게이지와 HO게이지는 국내에도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부품이 있어
이런 번거로움 없이 손쉽게 부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의뢰한 부품을 함께 발주해 수입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손된 팬터그래프 부품을 핀셋으로 들어내고 새 부품을 장착합니다.
883계/885계 팬터그래프는 집전장치 부분을 먼저 끼우고
고압선 애자를 마지막에 연결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쉽더라고요.
부품 교체에 자신이 없다면 철도모형 전문점에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돈과 시간은 언제나 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4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면 만족
아무튼 인레타 씰도 붙여주니 비로소 철도모형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었습니다.
대충 들어간 비용을 매겨보니 아래와 같이 나왔습니다.
총 소요비용 | 신제품 가격 | 가격 차이 |
14,500엔 (제품 11,000엔 + 부품 및 수수료 3,500엔) (배송비 제외) |
22,330엔 (배송비 제외) |
7,830엔 |
본 사례는 파손된 부분보다 멀쩡한 부분이 많아서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든 것입니다.
차체가 변색, 파손되거나 동력 유닛이 완전히 망가지는 등 중대한 파손이 여럿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새 제품의 가격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수리를 마무리 했으니 더트레인에서 시운전을 했습니다.
2021년 4월이니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에 있던 그 작은 디오라마 때군요.
지금은 규모도 커지고 방문객도 2배 이상 늘었으니 거의 천지개벽 수준이죠.
#5 철도모형 초심자는 국내에서 중고 철도모형을 구하는 편이 나을지도
이상으로 정크급 철도모형을 중고급 철도모형으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을 보셨습니다.
물론 이번 경우는 당시 883계 전동차가 재발매할 기약이 없어
그나마 상태가 좋은 정크급 철도모형을 구해 수리한 것이지만
여러분이 원하시는 철도모형은 국내에도 괜찮은 상태의 중고제품들이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번개장터" 같은 곳에도 철도모형이 올라오는데
컬렉션 정리를 목적으로 출품하는 경우가 많아 제품 상태는 대부분 믿어볼만 합니다.
가격도 일본과 다르게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정 중고거래를 믿지 못하겠다면 철도모형 전문점의 중고 제품 카테고리도 있습니다.
검수를 거쳐 제품 등급을 정해 내놓는 것으로 품질 보증이 되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보다는 더욱 믿어볼만 합니다.
...정크급 철도모형은 여러모로 "싼 게 비지떡"이라고 볼 수 있어
구입해서 고쳐 쓰실 작정이라면 충분히 많은 고민과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는게 좋겠습니다.
물론 필자 말고 철도모형 전문점에 말이죠.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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