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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모형/철도모형 리뷰

[철도행사] 개인전 "디젤기관차(GT-26-CW2) 53주년"ㅣ한국철도모형 (2024.10)

by wMiraew 2024. 11. 24.
본 글에서 소개한 개인전은 이미 종료되었습니다

 

다각형 예술공간 <색의 곳>의 전경

약 1개월 전, 철도모형 동호회 <모형사랑>에 올라온 어느 글은 많은 애호가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어느 작가가 황동으로 직접 제작한 GT26CW-2 디젤전기기관차 모형을 전시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정교한 황동-디젤전기기관차와 배경에 걸린 그림에 그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후, 퇴근 후에 곧바로 당산역을 거쳐 개인전이 열리는 <다각형 예술공간 - 색의 곳>으로 향했습니다.

 

 

 

 

<디젤기관차 53주년> 개인전

● 개인전 <디젤기관차(GT-26-CW2) 53주년> ●

* 개최일시 - 2024.10.21 ~ 26
* 개최장소 -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53길 10, 1층 (다각형 예술공간 색의 곳)
* 주최 - 정상현 작가

 

개인전 <디젤기관차(GT-26-CW2)> 정상현 작가가 단독 주최하는 전시회였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였으며, 디젤기관차 2량과 실측 도면, 스케치, 제작 도구 등을 전시했습니다.

원래 화방과 작가 인스타그램 외에는 전시회 관련 정보가 없었는데,

모형사랑을 통해 정보가 퍼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가운데에 전시된 디젤기관차 모형과 그림

화방 내부의 양쪽 중앙에는 디젤전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고, 그 주변에 스케치나 자료가 걸려 있었습니다.
디젤전기기관차 전시대도 화방의 벽색과 맞추어 흰색으로 도장돼 있네요.

 

 

 

1:15 EMD GT26CW 디젤전기기관차 (7174호기)

많은 동호인들의 이목을 끌었던 1:15 스케일의 EMD GT26CW 디젤전기기관차입니다.
한국철도 C.I. 도색(역삼각)을한 7174호기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한편, 1:15 스케일은 89mm 궤간을 사용하는 Live Steam(1:16)보다 조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전시된 디젤전기기관차는 실제 차량을 직접 실측해 설계도면을 그리고, 황동을 가공해 제작했다고 합니다.
황동은 Hantrack사의 기관차 제품군에서 알 수 있듯, 보다 정밀한 표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Live Stram급의 축적까지 오면 아예 실차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수준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도색과 웨더링까지 마무리되어 있었다 (색감 차이는 조명 때문)

기관차의 앞/뒷면입니다.

한국철도 C.I.도색과 배장기의 "안전 / 확인" 표기까지 깔끔하게 도색함은 물론 웨더링까지 되어 있습니다.
엔진룸 도어와 발판 사이의 녹이 꽤나 실감 납니다.

 

 

 

한 쪽 면의 엔진룸을 열어놓아 볼 수 있게 해두었다

7174호기는 한 쪽 면의 엔진룸을 열어놓아 그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모터와 기판, 무게추 등이 있는 "동력 유닛" 때문에 엔진룸 내부까지 구현된 축적은 많지 않습니다.

 

 

 

엔진룸 도어의 경첩까지 구현되어 있다 (오른쪽 - 엔진룸을 모두 열은 모습)

엔진룸 도어는 경첩이나 손잡이까지 부품으로 구현해놓아 마치 실차처럼 열려 있었습니다.
도어 안쪽으로 보이는 엔진룸은 취미로 만든 차량이 맞나 싶을 정도였었죠.

놓칠 수도 있는 기관차 안쪽의 도색도 꽤나 신경 써서 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실제 엔진과 동력계통. 그리고 180W급 모터에 장착된 벨트

그 문 너머의 엔진룸에는 EMD 16-645E3 디젤 엔진과 동력계통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기억 속의 엔진룸 풍경과 거의 똑같아서 실린더와 마주했을 때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철도모형의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는 어디 있나 했더니, 엔진 양쪽 공간에 각 1개씩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았더라면 동력계통의 일부로 착각할 만큼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벨트는 대차와 연결되어 있어 차축을 돌리게 되는 듯하다

대차 1개 당 180W급 모터 1기가 배치되어 있는데, 모터와 대차 사이는 벨트로 연결돼 있습니다.
여느 철도모형과 마찬가지로 레일에 흐르는 전기를 받아 모터를 작동시키는 구조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N, HO게이지 철도모형은 모터가 동작하면,

샤프트(회전축)가 회전하면서 동력대차의 톱니바퀴를 돌리는데,

이 모형은 샤프트 대신 터닝 벨트가 회전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차에 모터가 없기 때문에 보다 사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네요.

이를 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모터 위치(구분)
전력의 전달 과정
동력의 전달 과정
차량 중심부
(통상)
레일 ▶ 차륜 ▶ 집전판(스프링) ▶ 모터
모터 ▶ 샤프트 ▶ 웜기어 ▶ 기어박스
동력대차
(주로 HO 이상 축적)
레일 ▶ 차륜 ▶ 집전판(스프링) ▶ 모터
모터 ▶ 웜기어 ▶ 기어박스
엔진룸
(금회 소개한 기관차)
레일 ▶ 차륜 ▶ 집전판(추정) ▶ 모터
모터 ▶터닝 벨트 ▶ 웜기어 ▶ 기어박스

 

 

 

너트까지 놓치지 않은 정밀한 대차

특유의 3축 대차도 엄청난 정밀도를 자랑했습니다.
대차 프레임과 실린더 같은 큰 부분부터 이를 연결하는 너트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노란 돌출부에 크레인을 걸어 들어 올리면 진짜로 분리될 것만 같았네요.

모터를 엔진룸에 배치해 모터 커버나 샤프트가 필요 없어진 효과의 덕을 본 것 같네요.

 

 

 

거의 모든 부분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하부 프레임 곳곳에 매달려있는 박스들은 손으로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박스만 있는 게 아니라, 탈선복구장치와 같은 내용물도 충실하게 표현돼 있었습니다.

 

 

 

극사실주의에 가까웠던 주공기관/제동관, 연결기, 해방지렛대, 점퍼선, 배장기와 스텝 등

하부 중에서도 배장기 부분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익숙한 연결기부터 주공기관/제동관, 점퍼선과 해방지렛대까지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공기관의 콕크와 호스걸이 체인은 감탄사만 나오네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스텝과 배장기의 홈도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지렛대를 올리면 풀릴 것 같은 연결기

지렛대 손잡이를 잡아올리면 연결기가 "철컹" 하고 풀리고,

객화차를 연결하면 잠길듯한 연결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히 보니 녹슨 부분을 웨더링으로 표현해 주었군요...

 

 

 

측면 모습. 전시대 프레임에는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이 붙어있다

기관차를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이른바 "철도청 역삼각 도색" 특유의 색과 곡면, 그리고 로고까지 실제와 거의 같았습니다.

전시대의 프레임에는 기관차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운전실 부분. 제작"사" 패찰 대신 제작"자" 패찰을 붙였다

운전실 부분을 자세히 보니 접힌 반사판과 열린 창문, 차량번호 및 소속표기가 선명히 보입니다.

수색기관차사업소를 뜻하는 【수색】 표기 밑에 동판이 붙어있는데,

제작사 패찰이 있을 자리에 제작자 패찰을 붙여놓았습니다. 이 부분은 실차와 다르겠네요.

 

 

 

제작자 명패는 전시대 프레임에

물론 전시대 프레임에 세부 사양이 명시된 제작자 명패 표지가 붙어있습니다.

 

 

 

제어기와 차상신호장치 화면표시기, 의자, 전원반까지 구현된 운전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운전실은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레버와 각종 버튼이 상세히 표현된 제어기, 차상신호장치 화면표시기(MMI),

속도/제동계와 2개의 의자까지 수없이 보았던 그 위치에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의자 뒤편의 전원반은 틈이 있어 실제로 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구멍이 촘촘히 뚫린 그릴

엔진의 열기를 방출하는 그릴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촘촘히 뚫려있었습니다.
현행 코레일색이나 철도청 화물색(이른바 '호랑이색')은 이 부분이 검은색이라 안쪽까지 훤히 보이지만,

초록색이라 안쪽이 잘 안 보이는 듯싶습니다.

 

 

 

전조등과 기적, 안테나부. 차량번호는 황동으로 제작

앞쪽의 와이퍼와 전조등, 기적도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실차의 번호판은 유리창 안에 들어가 있는데 모형에서는 돌출되게 가공된 듯하네요.

 

 

 

추가 설치된 냉난방기와 안테나, 카메라, 경적의 배관도 사실적으로 표현

냉난방기와 안테나, CCTV가 증설되고 기적이 이설된 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냉난방기 증설로 기적의 배치가 바뀐 바 있었죠.
이 정도 표현이면 기관차를 통째로 스캔해 실측한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디젤기관차의 안테나

마치 다리미같이 생긴 디젤전기기관차의 안테나도 우뚝 서 있습니다.
ATS 등 신세대의 운전보안장치의 나사까지 표현한 것도 그렇지만 원래 설치된 통신용 안테나도 대단하네요.

 

 

 


EMD GT26CW 디젤전기기관차 (7160호)

반대편 공간에는 EMD GT26CW 디젤전기기관차(7160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철도청의 화물도색(이른바 '호랑이무늬')를 칠했으며, 초창기 사양을 재현했습니다.

그래서 7174호에 있는 [전차선주의] 표지가 없네요.

 

 

 

특유의 "호랑이도색"을 잘 살려놓았다

특유의 호랑이 무늬 도색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밑에서 보니 공기관과 언더 프레임까지 제대로 구현해놓았다

밑부분을 보니 언더 프레임 주위에 공기관(배관)이 매달려있습니다.
익숙한 N게이지(1:160)나 HO게이지(1:87)와 달리 축적이 크다 보니 가능한 것 같네요.

 

 

 

기름때와 남은 모래까지 표현한 연로 탱크 주유구(左)와 모래상자 투입구(右)

거의 모든 부분에 웨더링(weathering)이 되어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는 곳도 꽤 있습니다.
주유구의 기름때와 모래상자의 모래 흔적은 실제로 흘러넘쳐서 묻은 것 같습니다.

 

 

 

7160호는 운전 시연이 가능한 장치를 연결해 놓았었다

이날 7160호기에는 운전 시연이 가능한 장치를 연결해 놓았습니다.
다만 차륜에 맞닿게 하는 건 아닌데, 아마 대차의 기어 부분과 연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쉽게도 이날 움직이는 장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전시를 노려봐야겠네요.

 

 

 

한곳에 모여있는 기적들

처음 도입하던 시기를 재현한 모형이라 기관차 앞쪽에만 기적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세세한 디테일을 구현해 주는 게 마음에 듭니다.

 

 

 


취미의 수준을 아득히 넘은듯한 스케치들

기관차 주위의 외벽에는 각종 스케치와 도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국철도와 연관된 각종 디젤기관차와 제어대, 모터 등의 스케치는 취미의 수준을 넘은 듯 보였습니다.

원래 회화 작품을 전시하던 화방 공간이었으니 스케치만 전시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실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GT26CW-2 기관차의 도면

작가가 직접 실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GT26CW-2 디젤전기기관차의 도면(일부)입니다.
액자에 걸린 도면은 좌우측 형상과 각 부위의 명칭, 그리고 수치(값)를 그려놓았죠.


철도모형 설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근거는 도면(형식도)과 고증자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운영기관이나 제조사의 협조가 미온적이라 설계 근거를 확보하기 힘들고, 도면(형식도)과 실제 차량의 사정(수치)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어 근거를 확보해도 실측과 같은 현장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상품화가 아닌 발주품의 경우 대게 발주처에서 설계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개인이 실측으로 이 정도까지 자세한 도면을 작성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눈길이 끌렸습니다.

 

 

 

디젤전기기관차 동력배치도. 180W급 모터가 2기 배치되어 있다

반대편에는 디젤전기기관차 동력배치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180W급 모터 2개를 대차와 연결하는 등 전반적인 동력 구조를 설계한 자료입니다.

엔진룸 한가운데의 디젤 엔진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걸 염두에 둔 흔적이 보입니다.

 

 

 

황동(브라스)을 가공한 부품을 조립하는 작가의 모습

설계도 구석에는 황동(브라스)을 가공한 부품을 조립하는 작가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플라스틱과 달리 황동은 합금(철)이라 납땜이나 용접 같은 걸로 했을 것 같습니다.

 

 

 

엔진 단면도(좌상단)와 공구 및 파츠(우상단), 그리고 조립된 엔진 모형(하단)

그 황동을 가공하는 데 사용한 공구와 황동 파츠, 그리고EMD 16-645E3 디젤 엔진 모형과 그 단면도입니다.
전시대 밑에 걸린 파츠 사진에서 엄청난 노고가 있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네요.

 

 

 


취미도 깊게 파고들면 또 하나의 예술이 된다

이상으로 "디젤기관차(GT-26-CW2) 53주년" 개인전을 보았습니다.

작가의 땀이 서린 디젤전기기관차는 취미의 영역이라고 하기엔 "예술작품"에 가까웠습니다.
약 3년여에 걸쳐 실측-설계-도면작성-가공까지 해낼 정도의 열정은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개인전의 막은 내렸지만, 철도박물관 관계자들이 전시회에 방문해 작가와 접촉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내년(2025)에 철도박물관에서 특별 전시의 형태로 이 기관차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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