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본 여행기는 최신 정보가 아님! ※ 본 여행기는 2017년 당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작성일 기준으로 갱신하였으나 나머지 사항은 현재와 크게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하십시오. |
#2017. 1. 23.
한겨울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그날의 새벽…
평소보다 꽤나 이른 시각에 불은 켜졌고, 이별의 순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기약 없는 작별 후, 아직 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간대라 캐리어를 끌고 역으로 향하는 길…
혼아츠기 중심부의 거리는 인파마저 드물어 스산했습니다.
수없이 찾았던 혼아츠기역.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다시는 돌아올 일이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역으로 오니 사람들이 몇 명 보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주했던 오다큐 혼아츠기역 역명판.
어두운 새벽에 마주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개찰구 위에 있던 안내기에는 이미 첫 차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5시 21분에 출발하는 각역정차 사가미오노행.
다만, 사가마오노역 종착 이후에는 급행 신주쿠행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구간급행입니다.
특급 로망스카는 빈 좌석을 찾기 힘들었는데,
이 역부터 신주쿠역까지 중간 정차역이 하나도 없는 『사가미 68호」는 아예 만석이었습니다.
승강장으로 올라오니 서늘한 겨울바람이 방음벽을 넘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첫 차 도착까지는 약 10여 분 정도 남은 상태였죠.
첫 차 시간대라 그런지 6량 편성으로 된 급행 사가미오노행도 보입니다.
반대편에는 이미 오다와라 방면으로 향하는 급행 오다와라행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급행열차가 떠나가자 곧바로 당역 종착 열차가 본선에 왔네요.
이윽고 각역정차 사가미오노행이 들어왔습니다.
8000형 4량 편성과 3000형(1차차) 6량 편성이 연결된 조합으로, 사가미오노까지 모든 역에 정차합니다.
편성마다 구동음(소자)이 달라서 묘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아츠기에 왔을 때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그러나 같은 노선을 이용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승객들 사이에 끼어선 채 도착한 요요기우에하라(代々木上原)역.
오다큐의 역에서 도쿄메트로 치요다선 방향으로 가려는 JR동일본의 열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다큐 전철-도쿄메트로-JR동일본 3사 직통 체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죠.
통근급행, 급행, 쾌속급행, 특급(로망스카) 열차는 신주쿠역까지 정차역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단출(?)한 정차역 안내를 볼 수 있었죠.
드디어 종착역인 신주쿠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다큐 신주쿠역에 내렸을 때에는 인파 때문에 사진을 찍을 경황이 없었습니다.
대신 손에서 캐리어를 잠시 놓을 수 있었던 JR 신주쿠역에서 사진을 찍었지요.
야마노테선의 하루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였습니다.
승강장에 올라오자 E231계 500번대 전동차(500G열차)는 이미 출입문을 닫고 떠나려던 참이었네요.
반대편에 있던 열차도 떠나갔습니다.
첫 차 시간대라고 볼 수 있지만 열차 안에는 승객들로 가득했습니다.
웅성웅성한 신주쿠역 승강장과 대비되는 끝 쪽의 고요한 풍경.
불어오는 겨울바람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주쿠역에서 JR을 이용해 우에노역까지 가는 제일 빠른 방법은
츄오·소부선 각역정차나 츄오쾌속선을 타고 아키하바라/칸다에서 환승하는 편이 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니 결국 야마노테선을 반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어둠을 해치고 도쿄역에 도착하니 이미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에야 JR 우에노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걸어서 케이세이우에노역까지 가야 했지요.
길 건너 도로에는 이미 차들이 여럿 다니고 있고, 길가에 쓰레기차와 탑차가 정차해 있었습니다.
보통 새벽에 쓰레기를 수거하고, 각종 상품(물류)들이 들어오니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여행 중, 그것도 해외에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입니다.
일본에 온 지 거의 몇 주 만에 케이세이우에노역에 돌아왔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철도라는 어필을 하는 지주식 역명판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이번에도 역시 케이세이 본선 특급열차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합니다.
엑세스선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당시 스카이라이너는 부담스러웠고 엑세스선 경유 열차는 늦게 오기에
결국 본선을 이용해 공항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나마 최신형인 3000계 전동차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롱-시트에 등을 기대고 손과 다리로 캐리어를 붙잡아야 하는 다소 불편한 여행길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무거운 짐을 이끌고 나온 터라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SNS를 보는 것도 질려 결국 잠을 청했죠.
열차가 달리면서 직장인의 양복, 여고생의 교복, 가벼운 캐주얼복들이
흐릿한 시선 너머로 마치 필름처럼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수차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면서 나리타로 향했습니다.
제대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공항 제2빌딩역에 들어가던 때였습니다.
반대편의 JR 공항 제2빌딩역에는 E217계 전동차가 서 있었죠.
드디어 종착역인 케이세이 나리타공항역에 도착했습니다.
우에노역에서 발권한 종이 승차권을 개찰구에 넣는 것으로 이번 여행에서의 철도 이용은 막을 내렸습니다.
공항으로 올라가는 길.
넓은 로비로 향할 때마다 아쉬움이 배가 됩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카운터로 가 수속을 밟았습니다.
가는 도중 마주친 F 카운터 구역에는 SKYTEAM의 로고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출국심사로 향하는 길에는는 또 일본을 찾아달라는 인사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일본은 2019년에 오사카(간사이)를 찾은 게 마지막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해외여행을 할 여건이 아니다 보니까요…
여행의 끝자락이지만 그래도 면세점 쇼핑은 가히 필수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도쿄 바나나 몇 상자와 초콜릿 몇 개, 향수 따위를 구입하고 남은 동전으로는 가챠를 돌렸습니다.
귀국편도 진에어를 이용했습니다.
나리타(NRT) 발 인천(ICN)행 LJ202편, 코드쉐어는 KE5222편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창가 자리가 아니었고, 또 여행 중의 피로가 몰려와서 그런지 이륙 직후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약 2시간 뒤, 한국 땅을 밟으면서 길었던 여행이 끝났습니다.
해외에 일주일 이상 체류한 적이 없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무려 2주가량 머물렀습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현지인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죠.
또한 인접한 사철(오다큐)의 철도사진과 임시열차, 그리고 영화 무대배경 탐방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장성한 지금은 이런 기회를 찾고 또 누리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언젠가는 다시금 경험했으면 좋을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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