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편에 이어서…
901호 증기기관차를 떠나 풍기역 앞 대로변으로 나왔습니다.
시끌벅적했던 풍기5일장은 마무리 수순이고, 정류장에는 영주 버스 27번이 서 있었습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 같네요.

다시 중앙선 풍기역에 돌아왔습니다.
역사 증축공사나 고가 승강장 공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아직 단선전철 시대의 풍경이 남아 있었습니다.
풍기역은 1942년 4월에 개업한 역으로, 당시 중앙선상 가장 정중앙에 있던 역이었던지라 급수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중요성과 인접한 소백산, 부석사, 소수서원의 존재 덕택에
중앙선 새마을호 운행 개시(1988) 때부터 새마을호 필수정차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월 5일에 개업한 중앙선 KTX는 인접한 영주역의 영향으로 선택정차역이 되었습니다.
현재 역사는 1988년에 준공된 것인데, 중앙선 KTX 개통에 발맞춰 증축 공사에 들어가 2023년 말에 준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2017년의 풍기역과 2026년의 풍기역은 전혀 다른 역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역사 내부입니다.
영주역과 비교하면 비교적 작은 역사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추었습니다.
여느 간이역들과 달리 화장실이 역사 안에 있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유인역이었기 때문에 타는 곳 출입구 왼편에 매표창구도 있었습니다.
화장실 입구에는 선비의 고장답게 나무판에 새긴 글귀도 걸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진이 남아 있는지는 또 찾아봐야겠네요…

과거 매점이 있을법한 공간은 트여 있었습니다.
자판기와 쓰레기통, 좌석, 그리고 TV를 달아놓아 맞이방 좌석에서도 TV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매표창구 왼쪽 벽면에는 열차시간표 및 여객운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무궁화호 특실이 운영되던 시기라 청량리~안동 구간에 특실 운임요금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동해선으로 통합된 경주~부전 구간을 동해남부선으로 부르는 것도 그립네요.
한편, 오른쪽 열차시간표의 ITX-새마을호 부분이 "새마을ITX"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O-Train은 제대로 표기되어 있네요.

열차 도착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으니 승강장으로 들어갑니다.
출입문 너머로 복선전철화 때문에 폐쇄된 구내 건널목이 보입니다.
현역 시기에는 저 앞 건널목을 건너 승강장으로 갔지만 폐쇄되었기에 점자블록까지 걷어내었습니다.



승강장에 나가보니 복선전철화 공사로 인해 기존 승강장에서 임시 승강장으로 옮겨온 각종 표지들이 보입니다.
건널목주의,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 정차목표표지, 6/7량 정차목표표지…
기존 구내 건널목을 초록색 펜스로 막고 펜스에 타는 곳 화살표를 붙여두었습니다.
나중에는 여기에 복선전철화 공사 중이라는 문구가 더해졌습니다.

임시승강장과 기존 승강장 사이는 수동 차단기(건널목)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열차가 임시 승강장(1번 홈)에 정차했지만, 간혹 열차 교행 때문에 2번 홈에 정차하기도 했습니다.
차단기는 역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이 나와서 조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승강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새로 가설된 1번 홈과 기존의 2번 홈의 바닥 색상부터 명확하게 차이가 납니다.
다만 새로운 1번 홈에는 지붕이 없고, 고객 대기실이 흰색 컨테이너를 개조한 것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풍기역 2번 홈의 지붕은 2017년 말부터 철거에 들어가 2018년 2월 경에 사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승강장 폭이 1/2 크기로 줄어들어서 다소 아담해지게 되었죠.
철거를 앞두고 있는 지붕 같지 않은 상태였지만 복선전철화의 칼바람은 꽤나 거셌습니다.

이전 편에서 언급했듯 풍기역 인근에는 부석사와 소수서원, 선비마을, 소백산 등이 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철거 전 풍기역은 8각 모양의 지붕과 사각형 제등 모양의 승강장 전등 같은
한국적 특색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복선전철화 후의 풍기역 승강장 지붕은 다른 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때만 해도 2번 홈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어서 여러 안내표지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설치된 역을 찾기 힘들어진 달대식 역명판, 그리고 서울, 청량리, 대전이 적힌 2번 홈 표지가 걸려 있었지요.
특유의 팔각기둥도 잘 보입니다.

구형 고객 대기실은 마치 옆으로 길게 늘린 주차관리실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태백선이나 영동선의 작은 역에 이와 비슷한 시설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부분 역사 맞이방에서 기다리다가, 출발 15분 전에 방송이 나오면 승강장으로 갔기 때문에 별도의 냉난방 시설은 없었습니다.
다만 가설 승강장에 설치되었던 컨테이너 고객 대기실에는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여름과 겨울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붕이 없는 쪽으로 가면 지주식 역명판이 서 있었습니다.
여객열차가 서지 않는 안정역을 가리기 위함인지 몰라도, 인접역 부분이 뭔가 덧대어져 있는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최근 철도공사 초기 사양의 지주식 역명판을 철거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보일 때마다 렌즈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태양은 점점 저물어가고… 새마을호 객차와 급수탑과 소백산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객차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여기까지 영주와 풍기에서의 여정을 둘러보았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충북종단열차로 풍기를 떠나, 제천을 거쳐 서울(청량리)로 돌아가는 여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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