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새벽.
알람을 06:00로 맞춰두었음에도 05:15경에 눈이 스르륵 떠졌습니다.
잠을 깰 겸 TV를 켜보니 호쿠리쿠 본선(北陸本線) 등 JR서일본 관내 노선에 대설경보가 발령된 뉴스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채널로 돌리니 철도동호인으로 유명한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도 보이네요.


샤워하고 게임 일퀘를 후딱 치워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조식 시간에는 식당으로, 그 이후에는 로비로 쓰이는 공간은 이미 활기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일본 비즈니스 호텔 체인 <토요코인>의 조식은 국가 및 지점마다 메뉴가 조금씩 다르지만
2종류의 국과 브런치를 갖춘 뷔페식인 점은 같습니다.
06시 30분에 조리원분들이 투숙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것으로 조식시간이 시작되지요.
그날 나오는 국과 오니기리 내지 볶음밥은 꼭 챙기고, 나머지는 그때마다 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토스트기로 구운 빵과 커피로 조식을 마무리하는 루틴은 늘 같았습니다.
이건 한국 지점(특히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로비 구석과 각 층 E/V(승강기)실에는 정수기가 있어서 전날 다 사용한 패트병에 다시 물을 담아 쓰기도 했었지요.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가면 새벽형 인간으로 바뀌기에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피로가 몰려와도 여행이라는 이유로 용서되는 것도 있겠네요.

가는 도중에 토리시마 차고행 오사카 시티 버스 43번과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인도 끝 쪽에는 유료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자전거 주차장은 대게 유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주차장처럼 키오스크나 유인 관리실을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처럼 유료 주차면만을 갖추고 별도의 신청을 받는 형태도 있습니다.
주요 환승역 근처에 가보면 아예 건물로 된 유료 자전거 주차장이 있기도 합니다.

역으로 향하는 큰 길가로 나오니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한큐 전철의 주요 3개 노선이 모이는 곳답게 길 건너 철교에는 쉴 틈 없이 열차가 지나갔네요.

유료 자전거 주차장을 지나 길을 건너니 쥬소역의 중심지에 다가섰습니다.
동이 터오는 푸르슴한 하늘을 배경으로 드문드문 불이 켜진 빌딩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중심지답게 은행과 드럭 스토어, 호텔, 패스트푸드점이 즐비했습니다.


중심지인 만큼 대형 규동 체인점이 자리 잡았습니다.
상점가 바로 건너편 건물에는 스키야(すき家)가 1, 2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쥬소역으로 향하는 상점가에는 마츠야(松屋)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스키야와 마츠야 모두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어 비교적 이른 새벽임에도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조식이 없는 호텔에서 묵었다면 아침밥 선택지에 있었을 것 같네요.

한편, 쥬소역 앞 정류장에는 점등식 버스위치정보안내기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일본답게 타는 곳 번호가 표기된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사카역행 버스가 있지만, 바로 뒤편에 한큐가 있으니 버스는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사카 시티 버스는 전 구간 일률 210엔(성인 기준)을 받고 있으니 나중에 한 번쯤은 타볼만하네요.

상점가를 따라 걸으니 한큐 쥬소역(十三駅) 서쪽 출구에 도착했습니다.
출구측 역사는 역무실과 매표기, 자동개찰구가 끝인 단출한 구조입니다.

역 자동개찰구에는 한큐 전철의 상징과도 같은 갈색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IC카드 전용 개찰구가 지류승차권 겸용 개찰구보다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날 교환한 간사이 레일웨이 패스를 겸용 개찰구에서 개표 함으로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쥬소역은 한큐 교토선, 고베선, 타카라즈카선이 모이는 한큐의 중심지와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6면의 승강장을 갖추었고, 통근특급 이하 모든 열차가 정차합니다.
서쪽 출구로 들어오면 고베선 1번선, 동쪽 출구로 들어오면 교토선 6번선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각 승강장으로 횡단하는 방법은 지하도와 지상 육교가 있는데, 지하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지하도를 따라 걸어서 넘어왔습니다.
타카라즈카선 오사카우메다 방면 4번선과 교토선 가와라마치 방면 5번선이 붙어있는 곳이지요.
한큐 전철의 역명판은 히라가나가 크게 써져있고, 그 밑에 한자와 영어로 역명이 병기되어 있습니다.
반면 전역과 다음역 표기는 히라가나와 영어로만 표시하고 있네요.
또한 쥬소역에 설치된 0번선 이정표는 열차 도착 시 깜빡거리며 점등되도록 설비되어 있었습니다.
이정표가 점등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아두었습니다.

승강장에 도착했으나 눈앞에서 열차를 놓쳤기 때문에 바로 오사카우메다로 갈 수 없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출퇴근 시간대이기 때문에 다음 열차까지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타카라즈카선의 급행 타카라즈카행 605열차가 도착했습니다.
한큐 1000계 전동차 1004F편성이 운행 중이었습니다.
그 직후 엄청난 세대 차이를 보여주며 통근특급 오사카우메다행 7060열차가 들어왔습니다.
한큐 6000계 전동차 6000F편성(8량)이 왔네요.
특급열차지만 쥬소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라 통근특급도 정차합니다.

이제 이 통근특급 오사카우메다행을 타고 오사카우메다역으로 갑니다.
때마침 교토선에는 8000계 전동차 8000F편성으로 운행하는 보통 카와라마치행이 있네요.

동트는 붉은 하늘을 무대로 한 푸른 요도가와의 아침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보다는… 여행의 첫 시작을 알리는 것만 같아 설레었습니다.
통근특급 오사카우메다행은 나카츠역(中津駅)을 통과하고, 곧장 오사카우메다역으로 향했습니다.

한큐 오사카우메다역(大阪梅田駅)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러시아워인 것도 있어서 양쪽 승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통근특급으로 운행한 6000F편성은 차고로 회송하기 위해 행선표시기를 회송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건 다른 통근특급들도 유사한데,
아침에는 오사카우메다, 저녁에는 각 노선 종착역에 도착한 후 차고로 되돌아가는 행로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의 천장 일부에 창문이 뚫려있습니다.
그래서 활기찬 오사카우메다역의 풍경 위로 푸른 오사카의 새벽하늘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었네요.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은 두단식의 넓은 승강장을 갖춘 터미널역입니다.
무려 3개 노선이 모이다 보니 승차홈과 하차홈이 구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오사카우메다역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도록 하지요.

이제 오사카메트로 미도스지선을 타러 갑니다.
오사카우메다/우메다/니시우메다/히가시우메다역은 다른 역 같아보이지만, 사실 환승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에서 오사카메트로 우메다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큐 그랜드 빌딩을 통과해야 합니다.
한큐백화점이 있는 한큐 전철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일본의 대형 사철들은 역사와 그 주변에 부동산 개발, 백화점 등을 건설해 그룹 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주요 '터미널 역'들이 해당 지역의 중심지 역할로서 엄청난 유동인구가 모이다 보니
부동산과 상업시설 개발은 당연한 흐름 같아 보입니다.
(한국철도의 민자역사 개발사업이 이와 비슷하다)

오사카메트로 미도스지선 우메다역(梅田駅)에 도착했습니다.
타니마치선은 히가시우메다역(東梅田駅), 요츠바시역은 니시우메다역(西梅田駅)으로
역명과 승강장이 다르지만 간접환승이 가능한 신기한 구조입니다.
미도스지선 승강장은 2면 2선입니다.
일단은 섬식 승강장이지만, 사실 타니마치선에 쓰려고 만든 공간을 확장하고 벽을 쌓은거라
단선 승강장 2개가 있는 꼴이 되었습니다.

곧 1번선에 나카모즈(なかもず)행 전동열차가 도착했습니다.
30000계 1000형 전동차로 미도스지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동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로 탈 수는 없었습니다.
일부러 맨 앞까지 와서 탔건만, 촬영하는 도중에도 제가 탈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허망하게 역무원이 발차 전호를 주고 출입문이 닫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카모즈행 전동열차가 떠나간 우메다역은 조금 소강상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진 너머 통로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도스지선을 타러 오고 있었죠.

미도스지선은 1933년에 처음 개통했는데 우메다역도 이 때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거의 100년 가까이 된 철도터널인 셈이지요.
초창기 '지하철' 특유의 박스형 터널과 제3궤조 집전방식에서 사용하는 제3궤조가 눈길을 끕니다.

선로 끝단에는 선로내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있습니다.
오래되었는지 이미 전량 퇴역한 오사카시교통국 10계 전동차의 일러스트가 생생히 살아있네요.
(10계 전동차의 갱신판인 10A계 전동차가 비교적 최근까지 운행되었으나 현재는 전량 퇴역했다)

이윽고 21계 전동차로 운행하는 텐노지행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이 전동열차에는 탈 수 있었기에 이걸로 요도야바시역까지 갑니다.

최근 미도스지선도 차내 LCD 안내기 열풍(?)이 돌고있지만 21계 전동차는 아직도 전자식 노선도가 건재합니다.
서울교통공사 2000호대 전동차(1~2차분)도 아직 전자식 노선도가 살아있기는 하죠.


그 외에도 니혼사료(일본차량)의 제작명판과 차량번호 표지, 철망 선반 등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국내에는 부산교통공사 1000/2000호대 전동차에 철망 선반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이윽고 요도야바시역(淀屋橋駅)에 도착했습니다.
아치형 구조가 독특한 승강장이 특징으로, 케이한 본선과의 환승역이자 오사카 시내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꽤 많은 분들이 전동열차에서 타고 내리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승객을 싣고 내린 21계 전동차는 곧 텐노지를 향해 떠나갔습니다.
독특한 오사카메트로 요도야바시역과 케이한 본선 요도야바시역의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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