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1일…
숱한 논란과 분쟁을 뒤로하고 주식회사 SR과 SRT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경쟁 체제가 맞나 싶을 정도의 기형적인 구조와 소위 "절연 선언"에 "노-노 갈등"까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KTX의 서비스 개선에 일조했고 철도노조 파업 때 "대체제"로서 주목받았던 이면도 있었습니다.
통합 과정에서 진통이 없었을 리 없고 대통령이 뒤늦게 "양극화"를 우려함은 물론 철도공사의 적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전망도 있지만…
앞으로의 고속철도가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그레이 아카이브>에서는 "철도 민영화" 논란이 촉발된 즈음인 2013년 초부터 고속철도 통합이 진행되던 2026년 8월 말까지의 주요 장면을 모았습니다.


철도 민영화 논란 자체는 2011년 말 이명박 정부 시기 고속철도 사업권을 민영화 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철도공사 등 여러 곳에서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국토부에서는 민영화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하겠다고 선회하면서 2013년 거의 한 해 동안 철도 민영화 논란의 소용돌이로 들어서게 됩니다.
위 사진은 2013년 1월 초에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되었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노동자 총력 결의대회" 집회 현장을 촬영한 것입니다.
당시 경부선 누리로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나오면서 목격한 것으로 철도노조 깃발이 강한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와중에 걸개그림에 그려진 디젤전기기관차가 철도청 도색이군요…


이 철도 민영화 논란은 결국 연말인 12월 5일에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안이 결정되면서 결국 철도파업이 발발했습니다.
22일간 철도파업이 진행되면서 무려 철도공사 사장(당시 최연혜) 명의로 주요역에 호소문이 내걸리기도 했습니다.
기억하는 한 철도공사 사장 명의로 호소문이 내걸린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경찰에서 철도노조 간부진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 사옥을 강제집행했지만, 맥심 커피믹스 외에는 소득이 없었고 사옥이 아수라장이 된 경향신문에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라장은 동년 12월 27일에 대전지방법원에서 수서고속철도(주) 법인※ 설립 인가를 등기하고 국토부가 운수업 면허를 발급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후일 주식회사 SR이 되는 법인)
물론 파업 종료 후에도 논란은 수면 밑에서 맴돌았습니다.
2014년 5월, 도봉산(1)역에서 화물열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만났던 어느 전철차장이 "최근 철도 민영화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어볼 정도면 말이죠.

격동의 사건을 뒤로하고 2015년 4월 2일에 호남고속철도(호남고속선)이 개통했습니다.
이 노선 운행을 위해 한국철도공사 120000호대 전동차(소위 "와인산천")이 도입되었습니다.
명칭 공모전 때 "KTX-달리안"이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그냥 "KTX_산천"으로 개업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었습니다.
원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했지만, 수서 발 고속철도를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에서 맡기로 결정되었으니 결국에는 한국철도공사가 양도받는 것으로 정리된 복잡한 역사도 있습니다.
이 차량은 2016년 말에 주식회사 SR에 임대되었다가, 2026년 9월 1일을 기점으로 한국철도공사에 반환되는 더 복잡한 발족을 남기게 됩니다.

주식회사 에스알은 2016년 11월 7일부터 영업시운전 고객평가단을 모집하고, 11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주말 제외)의 시운전 열차를 무료로 시승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승차 구간 중 수서평택고속선에 해당되는 수서/동탄/지제(現 평택지제) 중 한 곳에서 출도착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었습니다.
"무료"로 고속철도를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버가 한 번 터질 정도로 예매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특실도 무료였던지라 특실 좌석이 제일 먼저 매진되었습니다.
영업시운전 열차는 경부고속선 20편, 호남고속선 10편이 운행되었고 시운전인 만큼 승무원을 최소 1량 당 1명을 배치했습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2016 SRT 시운전] 여행기 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영업시운전 후 2016년 12월 9일에 SRT가 개통되며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개통식은 하루 이른 12월 8일에 열렸는데,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하면서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대통령 없는 고속철도 개통행사라는 기록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소추 표결(10일) 때문인지 불참했다)
우려 속에 출범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괜찮았고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철도 서비스가 일부 개편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복잡한 객실 내부 배선을 뜯어가면서까지 콘센트를 증설했던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SRT 개통 이후 "와인산천"은 SRT로 이적했으니 천안아산 이북 경부(고속)선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140000호대 전동차 도입 즈음에 고속철도차량 편성번호 대개편 때 "2XX호기"로 변경되었습니다.
(유튜브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와인산천"은 편성번호 대개편 전 201호기 사진)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속철도 통합 용역이 진행되었으나 후일 국토부에서 중단시킨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승호 주식회사 SR 사장이 고속철도 통합에 반발해 사임(2018)하는 등 진통도 있었습니다.
결국 국토부는 2년간의 심의 끝에 "판단 유보"로 결정('22.12)한 바 있습니다.
2023년 9월 1일 시각표 개정으로 전라선/경전선/동해선에 2개 열차씩 운행을 개시했으나, 부산역 착발 열차를 빼와 운행하면서 부산 시민사회에서 반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속철도 통합은 요원한 일로 여겨졌는데…

2024년 12월 3일 밤 터진 12.3 내란으로 다음 해(2025) 4월 4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그 해 열린 대선으로 출범된 이재명 정부는 고속철도 통합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기에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2025년 9월 3일에 한국철도공사 고속철도통합추진단이 출범했고, 12월 8일에 국토부에서 고속철도 통합 추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틀 후인 10일에 공운위에서 안건이 최종 의결되면서 통합이 추진됩니다.

이후 2026년 1월 초에 역사적인 KTX-산천 & SRT 중련 시운전이 진행되었습니다.
시운전 후 2월 25일부터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에 따라 수서발 KTX와 서울발 SRT의 시범 교차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2월 25일에는 서울역에 SRT가 들어왔고, 3월 1일에는 수서역에 KTX가 들어온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범 교차운행 첫날 서울역에는 정왕국 주식회사 SR 사장도 와있었기 때문에 제법 본격적인 행사가 열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철도 노사정협의체가 구성되어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2025년부터 주식회사 SR 노동조헙에서 반발이 컸기에 기관 통합 방식을 놓고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있었습니다.
결국 주식회사 SR이 한국철도공사에 합병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는 했습니다.


4월부터 KTX-산천 & SRT 복합열차 시운전을 진행했고 5월 15일부터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수서 ↔ 광주송정 2편, 부산/포항 → 서울과 서울 → 부산/마산 복합 4편, 수서 ↔ 부산 2편(단편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KTX-산천과 SRT가 하나로 연결해 운행하는 장면이 꽤 신선했습니다.

7월로 접어들자 본격적인 고속철도 통합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주식회사 SR 회원 통합 절차부터 시작되었고, 8월 3일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진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코레일톡"은 "코레일+"로 대체되었습니다.

기존 주식회사 SR 소속 120000호대/130000호대 전동차의 신도색은 7월 26일에 발표되었는데, 소위 "와인산천" 시기처럼 KTX-산천 로고로만 교체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푸른 KTX-산천 도색으로 교체될 여지 정도는 남아 있지요.
KTX-산천 로고 교체 작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워낙 빨라서 PC1 선두제어차와 PC2 선두제어차의 로고가 서로 다른 경우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고속철도차량과 함께 "SRT"의 흔적도 빠르게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광역전철 차내 노선도는 SRT를 KTX로 땜질하거나 아예 수정한 사양을 새로 붙인 차량들이 있었고, 노면 표시나 각종 이정표도 외주 직원들이 나와 일일이 교체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SRT 로고가 인쇄된 감열지는 고속철도 통합 후에는 전부 폐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종이가 아깝긴 하지만 후면에 기재된 운송계약과 관련한 사항이 모두 주식회사 SR 명의라 사용하기엔 곤란할 것이기 때문에 말이죠…
2025년 12월 말 전폐된 MS 승차권도 미사용분까지 일괄 수거되었으니까요.
(MS 승차권은 용지번호가 존재해서 사실상 유가증권처럼 취급되어 왔음을 감안해야 한다)
SRT가 달려온 10여 년의 역사는 8월 31일, 부산 발(23:00) SR수서행(01:17) SRT 380열차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통합된 이후의 첫 차는 9월 1일 수서(05:08) 발 광주송정행(06:50) KTX-산천 601열차가 됩니다.
특이하게도 KTX-산천 301열차(수서 05:30 발)는 반복열차 문제 때문에 9월 1일 한정으로만 운행하고 다음 날부터 KTX 301열차로 운행합니다.
고속철도 통합의 경계선을 달린 이야기는 향후 [2026 고속철도 통합] 여행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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